브라질 생산감소 최악 ‘불황 수렁으로’

  • 입력 2009년 1월 13일 02시 55분


국제 금융위기 중남미 전역으로 확산

7개국은 올해 대선… 경제 최대변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한 연설에서 “사람들이 경제위기에 대해 물어오면 나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한다. 경제 위기는 부시 대통령 문제이지 내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중남미 국가들은 높은 원자재 가격, 견고한 산업생산 등으로 미국발 금융위기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중남미에선 눈에 띄게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성장률이 급락하면서 미국이나 유럽 못지않은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와 내년에 중남미 13개국이 대통령 선거나 총선이 예정돼 있어 경기 상황이 선거 결과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중남미에 확산되는 경기침체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의 경우 2002년 이후 성장세를 뒷받침해온 내수시장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제조업 생산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브라질은 지난해 11월 산업생산이 6.2% 감소했다. 이는 2001년 12월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JP모간체이스는 최근 브라질 경제에 대해 “사실상 침체 상태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중남미 2위의 경제규모인 멕시코 경제는 지난해 2.6%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는데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제 유가와 농산물 가격 하락은 중남미 국가들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성장률을 더욱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는 기록적인 유가로 재정 여건이 좋아지자 그동안 나라살림을 방만하게 운영해왔다. 그런데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균형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재정건전성 악화와 함께 기업들의 투자 감소, 만성적인 인플레이션, 실업률 증가 현상 등은 중남미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세계경제 전망 조사 전문기관인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중남미 지역의 2009년 평균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9월의 3.6%에서 지난해 말에는 1.4%로 2.2%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중남미 지역의 지난해 평균 성장률은 4.8%로 추산된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중남미 지역의 성장률을 0.4%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1%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점도 중남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브라질의 경우 공공부문 부채가 6000억 달러에 이르며 이 중 4분의 1 정도가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온다.

○ 정권 재창출 여부 경제에 달려

중남미에서는 올해 7개국에서, 내년에 4개국에서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질 예정이다. 아르헨티나와 멕시코에서는 올해 총선이 실시된다.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세계 경기침체의 여파로 중남미가 올해 1분기(1∼3월) 또는 상반기에 바닥을 친 뒤 내년부터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경제상황이 향후 2년간의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1992년 미국 대선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당선될 당시 등장했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문구가 중남미에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좌파동맹을 구축해온 베네수엘라-에콰도르-볼리비아의 집권당이 경기침체라는 악재를 넘어서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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