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 美국무장관의 자격 요건은…

  • 입력 2008년 11월 21일 02시 57분


“자질보다 대통령과의 궁합”

베이커-키신저가 대표적

파월은 능력보다 저평가

“그가 대통령의 대리인이라면 상대국은 그의 말을 정좌한 채 경청하겠지만 단지 국무장관일 뿐이라면 그러는 척만 할 것이다.”

토머스 프리드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는 19일 칼럼을 통해 미국 국무장관의 권위는 자질에 앞서 대통령과의 ‘의기투합’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신임도는 최근 50년 이래 최하위 수준이었다는 것. 이라크전쟁에 대한 신중론, 외교를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주장한 파월 장관의 목소리는 강경파가 장악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친 때문이다.

반면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국무장관으로는 제임스 베이커, 헨리 키신저 전 장관을 꼽았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의 두터운 친분을 가진 베이커 전 장관과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얻었던 키신저 전 장관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입과 귀였다는 것.

20여 년 동안 중동정책 고문으로 6명의 국무장관을 보좌했던 애런 밀러 씨는 최근 로스앤젤레스타임스 기고문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에 매달려야 했던 닉슨 대통령은 키신저 장관에게 독자적인 외교 권한까지 부여했을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통령과의 친분이나 신뢰가 전부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경우 부시 대통령과 상당한 친분을 갖고 있지만 그는 ‘불편한 직언’을 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맹목적 추종’만 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과거 라이벌로서 차기 국무장관으로 유력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어떤 장관이 될 수 있을까.

밀러 씨는 상호 견제 속에서도 서로 간의 전문성과 권력을 활용했던 ‘닉슨-키신저 콤비’를 상기시키며 “키신저야말로 (힐러리의) 역할 모델”이라고 말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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