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연금개혁 주도 관료 연쇄테러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2시 59분


일본에서 연금제도 대개혁을 이끌었던 전직 후생노동성 사무차관 본인이나 가족이 자택에서 살해되거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일어났다.

18일 오전 일본 사이타마(埼玉) 시에서 전직 후생노동성 사무차관인 야마구치 다케히코(山口剛彦·66) 씨와 부인 미치코(美知子·61) 씨가 현관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반경에는 도쿄(東京) 나카노(中野) 구에서 역시 전직 후생성 사무차관 요시하라 겐지(吉原健二·76) 씨의 자택에서 부인 야스코(靖子·72) 씨가 택배를 위장한 범인에 의해 칼에 찔려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

일본 경찰당국은 두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후생노동성’과 관련이 있고 범행수법이 닮았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관련된 연쇄테러 사건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야마구치 씨 부부 시신의 상태와 주변 정황으로 미루어 17일 밤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요시하라 전 차관의 부인 야스코 씨는 “택배”라는 말에 현관문을 열었다가 복부 등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당시 요시하라 전 차관은 부재중이었다.

두 전직 차관은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옛 후생성에 들어가 사무차관을 지냈다.

특히 현행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됐던 1985년 요시하라 전 차관은 연금국장, 야마구치 전 차관은 연금과장으로 일하며 연금제도 대개혁을 이끌었다.

NHK 등에 따르면 경시청은 이날 밤 역대 후생성 간부와 사무차관, 사회보험청 장관 등 연금제도 관련 인사들에게 테러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경찰도 이들의 주소 리스트를 만들어 경비태세를 강화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연금 관련 기록이 수백만 건 분실되는 등 부실관리로 연금수령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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