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일본 사이타마(埼玉) 시에서 전직 후생노동성 사무차관인 야마구치 다케히코(山口剛彦·66) 씨와 부인 미치코(美知子·61) 씨가 현관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반경에는 도쿄(東京) 나카노(中野) 구에서 역시 전직 후생성 사무차관 요시하라 겐지(吉原健二·76) 씨의 자택에서 부인 야스코(靖子·72) 씨가 택배를 위장한 범인에 의해 칼에 찔려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
일본 경찰당국은 두 사건의 피해자가 모두 ‘후생노동성’과 관련이 있고 범행수법이 닮았다는 점에서 국민연금과 관련된 연쇄테러 사건의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야마구치 씨 부부 시신의 상태와 주변 정황으로 미루어 17일 밤에 살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편 요시하라 전 차관의 부인 야스코 씨는 “택배”라는 말에 현관문을 열었다가 복부 등을 찔려 중상을 입었다. 당시 요시하라 전 차관은 부재중이었다.
두 전직 차관은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한 뒤 옛 후생성에 들어가 사무차관을 지냈다.
특히 현행 기초연금제도가 도입됐던 1985년 요시하라 전 차관은 연금국장, 야마구치 전 차관은 연금과장으로 일하며 연금제도 대개혁을 이끌었다.
NHK 등에 따르면 경시청은 이날 밤 역대 후생성 간부와 사무차관, 사회보험청 장관 등 연금제도 관련 인사들에게 테러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촉구했다. 경찰도 이들의 주소 리스트를 만들어 경비태세를 강화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연금 관련 기록이 수백만 건 분실되는 등 부실관리로 연금수령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