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방언 속 전통문화’ 채록 나서

  • 입력 2008년 10월 15일 02시 57분


표준어 운동 반세기 만에 53%가 사용… 80여 지방언어 고사 위기

산과 강을 건널 때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로 많다는 중국 방언이 최근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중국 정부가 1956년부터 ‘푸퉁(普通)화’로 불리는 표준어 쓰기 운동을 강력히 실시하면서 한어(漢語)의 지방 말과 소수민족 언어가 함께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뒤늦게 전문가들을 동원해 방언 채록 등 사라지는 방언 살리기에 나섰지만 기존의 표준어 확산 정책과 배치돼 효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만주어 구사자 100명도 안 돼

중국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사용하는 언어는 80여 종. 문자를 갖고 있는 소수민족도 30여 개에 이른다. 한어 역시 지역마다 말이 크게 다르다. 한국의 방언과 달리 중국의 방언은 같은 말이 거의 없을 정도로 서로 다르다.

따라서 외국 언어학자들은 중국학자들이 말하는 7대 방언을 방언으로 분류하지 않고 완전히 독립된 서로 다른 언어로 분류한다.

이런 방언들이 최근 들어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특히 만주어와 투자(土家)어,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허저(赫哲)어 등은 이미 소멸 직전의 상태다.

가장 큰 원인은 1980년대 들어 중국 정부가 언어 통일을 위해 학교에서 푸퉁화로만 가르치도록 강제해 왔기 때문이다. 개혁개방 이후 지역 간 인구이동이 활발해지면서 다른 지방 사람끼리 대화하려면 푸퉁화가 가장 좋은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2대 소수민족인 만주족 1100여만 명 중 만주어를 제대로 구사할 줄 아는 사람은 현재 100명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표준어 정책과 배치 실효 의문

중국 교육부가 최근 조사한 결과 푸퉁화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인구의 53%로 크게 늘었다. 60대는 여전히 31%에 불과하지만 15∼29세의 젊은이들은 70%가 표준어로 대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뒤늦게 방언의 소멸이 중국의 다양한 지방문화 소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국가언어문자공작위원회는 급속히 사라지는 방언을 살리기 위해 전국적인 조사를 벌이고 방언지도를 작성키로 했다. 중국 정부는 현(縣) 단위로 전국의 방언을 조사해 채록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정부는 우선 쑤저우(蘇州) 지역을 첫 번째 시범조사 지역으로 선정해 조사에 들어갔다고 신화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리위밍(李宇明) 교육부 언어문자정보관리사 사장(司長)은 “최근 언어와 문화 자원의 유실이 매우 심각한 상태”라며 “방언을 살리는 것은 바로 다양한 중국의 전통문화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