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심리적 마지노선 마저… 점점 커지는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10월 7일 02시 57분



■ 뉴욕증시 장중 10,000선 붕괴

CNN 뉴스 속보… 투자자들 “믿을 수 없다” 망연자실

美FRB “연말까지 유동성 공급 9000억 달러로 확대”

사르코지 “모든 조치” 긴급성명도 추락세 막지 못해

獨예금 무제한 보증 등 유럽각국 위기진화에 총력


‘블랙먼데이’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6일 아시아 시장에서 시작된 주가 폭락사태는 유럽을 거쳐 대서양을 넘어 미국 뉴욕 증권시장으로까지 번졌다.

시장에 공포가 번지면서 투자자들은 주식을 투매했으며 전 세계 금융시장은 극도로 혼란에 빠졌다.

○ 다우 장중 10,000 무너지다

6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개장 초부터 200포인트가 넘는 급락세로 출발했다.

이후 낙폭이 점차 커지면서 오전 10시경에는 300포인트 넘게 하락하면서 10,000 선 밑으로 내려갔다. 오전 11시에는 하락폭이 500포인트를 넘기도 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 10,000 선이 무너진 것은 2004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다. 다우가 10,000 선 이하로 떨어지자 CNN은 속보로 이 같은 소식을 전했으며, 투자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우지수는 2007년 10월 9일 14,16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 뉴욕 증시가 폭락으로 출발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6일부터 은행권에 유동성 공급 규모를 확대해 연말까지 9000억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럽 주요 증시도 6% 안팎 떨어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FTSE100지수, 독일 DAX지수 등 주요 증시는 아시아 증시보다 더욱 큰 폭으로 하락했다. 러시아 증시는 이날 19.1% 폭락했다. 하락폭은 사상 최대다.

이처럼 증시가 하락하면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소속 모든 회원국이 금융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긴급성명을 통해 시장 안정 의지를 밝혔으나 시장의 추락세를 돌리지는 못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증시는 보베스파지수가 3.64% 하락하면서 시작해 10.09%까지 하락하면서 30분간 주식 거래가 중단되는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 유럽, 미국발 금융위기 총력 진화

미국발 금융위기가 대서양을 넘어 유럽으로 본격 전이되면서 각국이 금융위기 진화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경제국인 독일은 전격적으로 무제한 예금보호 조치를 발표했으며, 영국에서는 스웨덴식 구제금융에 대한 합의가 무르익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구 30만 명의 소국인 아이슬란드에선 국채 디폴트(지급불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앙은행이 해외 중앙은행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독일은 아일랜드, 그리스에 이어 5일 은행 예금에 대해 무제한 지급보증 조치를 취했다. 덴마크 정부도 앞으로 2년 동안 모든 은행예금을 보장할 것이라고 6일 발표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5일 기자회견에서 “이제 모든 예금자는 은행에 맡겨둔 돈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독일 2위 모기지 회사인 히포리얼에스테이트(HRE)가 ‘협상-실패-재협상’으로 이어지는 난항 끝에 민간 금융회사 컨소시엄과 정부로부터 500억 유로(약 85조 원)의 구제금융을 약속받고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것과 동시에 취해진 조치다.

메르켈 총리는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공동구제금융 조성에는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지만 국내적으로는 “한 기업의 실패가 전체 경제시스템의 위기로 확산되는 것을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며 HRE 구제에 적극 나섰다.

○ 스웨덴식 구제금융 검토하는 영국

앨리스터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5일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예외적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스웨덴식 구제금융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식 구제금융은 정부가 부실채권을 직접 사들이는 미국식 구제금융과는 달리 정부가 세금으로 은행의 지분을 획득해 은행을 일시적으로 국유화한 뒤 나중에 지분을 민간에 되파는 방식이다.

노동당 정부가 납세자의 눈치를 보며 구제금융을 주저하는 가운데 야당인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당수가 이를 지지하고 나서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그는 6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기고에서 “정부가 엄격한 조건하에서 은행에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 납세자의 장기적 이익을 보호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BNP파리바 은행은 파산 위기로 구제금융이 투입된 벨기에와 네덜란드의 합작 금융회사인 포르티스의 지분 75%를 82억5000만 유로(약 114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 대신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정부는 BNP파리바가 포르티스의 지분을 인수한 뒤 BNP파리바 지분 11.7%를 확보할 계획이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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