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팽창도 싫고, 美간섭도 싫다”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5분


러 주변국, 그루지야 반면교사 삼아

일방적 친러-친미 대신 다극화 선택

“냉전시절의 망령을 떠올리는 러시아의 팽창도 싫고, 말로만 우방이라고 내세우는 미국의 간섭도 싫다.”

그루지야 전쟁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냉전시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격렬해졌지만 러시아 주변국들은 전쟁 이후 한 달째 어느 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지 않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반(反)러시아 친(親)미국 노선을 걸었던 아제르바이잔은 5일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맞아 송유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가 보도했다.

미국이 제안한 송유관(BTC)은 카스피 해의 원유를 아제르바이잔과 그루지야를 거쳐 서유럽으로 수송하는 것으로, 러시아를 거치지 않도록 설계됐다. 아제르바이잔은 이 송유관 가동에 러시아가 빠지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미국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의 형제국가로 불리던 벨로루시는 최근 러시아 편을 드는 대신 미국과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러시아 일간 브즈글랴트가 6일 보도했다.

양극화 블록은 중국에도 통하지 않았다. 중국은 지난달 27일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그루지야 분쟁지역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찬성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러시아 주변국들의 이 같은 태도는 소련 붕괴 이후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친미 성향의 주변국들은 서방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유럽으로 통합되길 원했으나 결국 경제만 피폐해진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러시아 안보전문가 이반 사프란추크 씨는 “그루지야 전쟁이 러시아 주변국에서 양극화 블록 대신 다극화를 더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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