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사회당 “68의 깃발 이젠 내리자”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68혁명 비판 -자유주의 수용… 기존의 금기 깨려는 움직임

프랑스 사회당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영국 노동당과 독일 사회민주당이 ‘제3의 길’로 접어든 뒤에도 변하지 않았던 프랑스 사회당이 ‘자유주의(liberalism) 언급 불가’와 ‘1968년 (혁명에 대한) 비판 불가’라는 금기를 깨며 예전 노선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사회당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22일 출간한 책 ‘대담하게(De l'audace)’에서 “프랑스 사회당도 자유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21세기의 사회주의자는 자유주의를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하고 ‘경쟁’ 같은 말을 더는 모욕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는 지금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시대에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들라노에 시장은 또 “좌파는 ‘자유’란 말을 자신 있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완벽하고 평등한 사회를 꿈꾸는 계급투쟁의 원칙을 버리고, 사회가 불완전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면서 그 위에서 자유와 정의의 원칙을 관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 로랑 조프랭 편집장과의 인터뷰 형식을 띤 이 책은 11월 당수 경선을 대비해 출간됐다.

이에 따라 들라노에 시장은 당수 경선에서 맞붙게 될 세골렌 루아얄 전 대선후보와의 노선 차이를 명백히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일간 ‘르 피가로’는 올해 68혁명 40주년을 맞는 태도에서 이미 사회당의 변화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1968년은 프랑스 사회당에 각별한 의미가 있는 해다. 그해 인터내셔널 프랑스지회(SFIO)가 해체되고 그 바탕에서 프랑스 사회당이 창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사회당의 68혁명 40주년 행사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지나갔다. ‘어떻게 전진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집담회·集談會)이 열렸을 뿐이다. 42세의 역사학자로 사회당의 학습분과 책임자인 로랑 보멜 씨는 이 자리에서 “프랑스 역사에 1789년 등 1968년보다 더 중요한 사건이 많은데 왜 우리가 특히 68년만을 10년마다 경축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