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후보 ‘北-이란 핵 접근법’

  • 입력 2008년 5월 21일 03시 14분


오바마 “조건만 앞세우는 건 일방적인 희망일 뿐”

매케인“무턱대고 대화하면 위험국 명분만 강화”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자격을 확보한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민주당 후보 지명의 ‘9분 능선’을 통과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시 돋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선제공격에 나선 쪽은 매케인 후보. ‘40대 젊은이와 70대 노인의 대결’ 양상에서 벗어나 ‘노련한 외교안보 전문가 대(對) 미숙하고 순진한 정치 초년병’의 구도를 정립함으로써 “오바마는 최고사령관이 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매케인 후보는 19일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 레스토랑협회 연설에서 “적성국 지도자들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주장은 오바마 후보의 무경험과 무모한 판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공격했다.

16일 오바마 후보가 “동맹국과 친구뿐만 아니라 시리아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같은 적들과도 전제조건 없이, 그러나 준비를 해서 만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포문을 연 것.

그는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무장단체 하마스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 오바마 후보 아니냐”며 미국인들의 ‘반(反)테러’ 정서를 자극했다.

매케인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이란의 지도자와 대화에 나설 경우 그의 국내외적 정통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공급과 핵개발이라는 야망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국제관계의 기본적 원리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에 오바마 후보는 발끈했다. 19일 몬태나 주 유세에 나선 오바마 후보는 “강한 나라의 강한 대통령은 적과의 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쿠바 미사일위기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한 것 △전략무기감축협정을 위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과 협상한 것 △‘핑퐁외교’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마오쩌둥(毛澤東)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 것을 예로 들었다.

오바마 후보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은 구소련에 비하면 아주 작은 나라이며 소련이 그랬던 것처럼 심각한 위협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만나기도 전에 어떤 나라에 모든 조건을 충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전략이 아니라 순진하고 일방적인 바람일 뿐”이라며 “매케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우리가 단호히 거부하는 ‘부시 3기’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매케인 “한국은 맹방… FTA 적극 지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9일 정치 전문 주간지 내셔널저널 인터넷판에 따르면 매케인 의원은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레스토랑협회 연설에서 자유무역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밝히면서 한국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50년간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으로서 이라크에 세 번째로 많은 군대를 보내고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비롯한 전 세계 평화를 위해 협조한 나라”라며 “신뢰에 바탕을 두고 상호 의존하고 있는 양국 관계가 당파 정치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케인 의원은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포함한 국제(무역) 협정을 존중할 것이며 최종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무역 협정을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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