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도 급했나…베어스턴스에 이례적 자금 직접 지원

  • 입력 2008년 3월 19일 02시 56분


벤 버냉키(사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관행을 벗어난 파격적인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통상 중앙은행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활용하는 ‘카드’는 금리 조절과 환매조건부채권(RP) 등 공개시장 조작. 하지만 FRB는 미국 5위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유동성 위기에 놓이자 JP모건체이스를 통해 자금을 긴급 수혈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법(Federal Reserve Act)에 따르면 FRB는 원칙적으로 상업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에는 돈을 빌려줄 수 없지만, 1930년 대공황 이후 비정상적이고 급박한 상황에서는 FRB 이사 7명 중 5명의 찬성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 조항을 처음 활용한 것.

국제금융센터 윤인구 부장은 “1998년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때에도 FRB는 직접 돈을 주지 않고 은행들의 36억 달러 지원을 이끌어 내는 조정자 역할에 그쳤다”고 말했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새로운 방안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달 11일에는 20개 대형 금융회사(프라이머리 딜러)를 대상으로 모기지채권 등을 담보로 국채를 일정 기간 빌려주는 ‘기간증권대출(TSLF)’을 처음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도입한,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 등을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기간입찰대출(TAF)’보다 강력한 후속 조치였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라며 “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또 어떤 방안을 들고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버냉키 의장 자신의 소신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시절 그는 “금융 부실은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당국이 대신 막아주면 결국은 부실이 누적된다”고 주장해 금융시장의 단기 안정에도 신경 써 온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과는 상당한 차별성을 보였다. 그러나 누적된 부실이 메가톤급으로 터지자 어쩔 수 없이 응급처방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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