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유용-전략 미스 ‘추락’… 플로리다에 승부수
‘미국의 시장(市長)’이란 별명과 함께 인기몰이를 해 왔던 루돌프 줄리아니(사진) 전 뉴욕시장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접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내내 1위를 달렸던 그는 올해 들어 실시된 공화당의 5개 주 예비경선에서 한 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 치러진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선 각각 2%와 4%대라는 초라한 득표율만 얻어 6위로 곤두박질쳤다.
그동안 공들여 온 플로리다 주에서조차 그는 29일 경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에게 밀려 2위로 처졌다. 정치적 고향인 뉴욕 주에서도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1위 자리를 넘겨줬다.
미국 전체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 매달리던 지난해 말 그는 유일하게 플로리다에 시간과 돈을 쏟아 부었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전날 홀로 플로리다 선거모금 행사에 다녀올 정도였다.
이런 독특한 선거 전략을 택한 이유는 플로리다에 자신의 텃밭인 뉴욕에서 이주한 노인층이 많아 유리한 데다 지지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분하는 다른 주와 달리 플로리다에선 1등 후보가 대의원 전체(57명)를 독식하는 제도가 있기 때문.
와이오밍, 미시간, 네바다 주에서 1위를 차지한 롬니 후보가 그동안 확보한 대의원이 59명에 그친다는 점에서 이런 전략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초반 여론의 관심에서 밀려난 그는 플로리다의 관심사가 그가 강점을 보인 안보문제 대신 세금과 일자리 등 경제문제로 옮겨가면서 실지(失地)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연말 이후로는 선거자금 모금도 부진해져 ‘핵심 선거운동가 12명이 무급 자원봉사로 일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이런 기류를 의식해 21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을 꾸준히 지지해 온 후보는 나밖에 없다”며 새삼 경제문제를 부각시켰다. 입만 열면 강조하던 9·11테러 대응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대결에서 승리라는 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줄리아니 후보는 또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이다. 21개 주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을 지켜보자”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러나 미 언론은 이런 발언 자체가 위기 국면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플로리다에서 1위를 못 하면 그의 당선 가능성은 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그는 뉴욕시장 시절 두 번째 아내와 이혼하기 전에 데이트를 즐기면서 개인 돈이 아닌 시 예산으로 경호팀을 가동한 것이 지난해 11월 드러나면서 지지도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또 지난해 말 선거운동을 중단한 채 정밀 건강진단을 받은 것도 감점 요인이 됐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슈퍼볼 vs 슈퍼화요일▼
2개 빅이벤트 이틀새 잇따라 열려
대선후보 슈퍼볼 광고 활용 고심
2월 초 미국에서는 두 개의 ‘빅 이벤트’가 열린다.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챔피언을 결정하는 슈퍼볼이 3일 열리고, 22개 주에서 한꺼번에 대통령 후보 예비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이 5일이기 때문이다.
TV 시청자만 9000만 명에 이르는 슈퍼볼은 미국에서 단일 스포츠 이벤트로는 최대 규모여서 글로벌 기업들은 신제품이나 브랜드를 선보일 때 슈퍼볼 광고를 주로 활용한다.
이에 따라 미 대선의 유력한 예비 후보들이 슈퍼볼에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는 선거 광고를 할지 주목된다고 AP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슈퍼볼 이틀 뒤에 예비경선을 치르므로 광고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번 슈퍼볼은 뉴욕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간의 경기로 이들 팀의 팬들이 밀집한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 매사추세츠는 슈퍼 화요일에 예비경선을 치르는 주들이기도 하다.
문제는 돈이다. 슈퍼볼은 TV 광고비가 30초짜리를 기준으로 300만 달러(약 28억5000만 원)에 이른다. 보통 기업들은 슈퍼볼 광고를 2건 이상 내보낸다. 만약 후보들이 이들 기업처럼 광고 2건을 하려면 600만 달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때문에 후보들은 슈퍼볼 광고에 욕심을 내면서도 돈 때문에 주저하고 있다. 후보들은 결국 일부 주요 전략지역을 선정해 이곳을 중심으로 TV 광고를 하는 방식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AP는 전망했다.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후보들은 전국 방송에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예비경선이 열리는 주의 지역방송국에 주로 광고를 해왔다.
21일부터 CNN과 MSNBC에서는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돈을 버는 대신 지역사회를 위해 일하는 길을 택한 정치인’이란 내용의 버락 오바마(민주당) 상원의원 광고가 나가기 시작했다. 또 폭스뉴스 채널에서는 루돌프 줄리아니(공화당) 전 뉴욕시장의 광고가 방송됐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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