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중동, 만화영화 독립선언

  • 입력 2008년 1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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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 게 물렀거라!”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온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각국이 고유의 신화나 민담, 설화를 소재로 새로운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며 지역화(localization)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문화를 활용한 문화 콘텐츠로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자본과 기술력에 맞서는 것.

애니메이션의 지역화는 어린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일찌감치 외국의 사고방식과 문화에 익숙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모국에 대한 자부심을 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인도 어린이들 사이에 힌두교 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하누만의 귀환’ ‘내 친구 가네샤’ 등은 힌두교의 전통 신들을 현대적 이미지로 새롭게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인도 어린이들은 ‘스파이더맨’이나 ‘피카추’를 대신해 자신과 닮은 하누만이 하늘을 누비며 오사마 빈 라덴을 붙잡는 모습에 사로잡혀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카타르에서는 12세기 십자군전쟁에서 이슬람군의 승리를 이끈 살라딘(살라흐 앗딘 유수프 이븐 아이유브)의 영웅담이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다.

카타르의 알 자지라 어린이채널(JCC)은 2004년부터 말레이시아와 합작해 준비한 ‘살라딘’의 주요 캐릭터와 일부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주인공 살라딘은 유럽에서 온 ‘침략자’ 기독교군을 물리치는 용맹한 인물로 등장한다.

알 자지라 측은 ‘살라딘’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이어 게임, 캐릭터 상품, 모바일 콘텐츠 등을 제작해 중동 지역에 수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중국도 내년에 공자 탄생 2560주년을 기념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자의 일대기를 그린 100부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유교 사상과 중국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로 제작됐으며 예산만 530만 달러에 이른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이 밖에 대만에서는 원주민 ‘아타얄족’의 설화를 2005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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