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印 곡물 수출 축소… 지구촌 ‘식량 쟁탈전’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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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구촌 곳곳에서 ‘곡물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곡물 수출국들은 국내 곡물 가격 안정을 위해 잇달아 수출을 제한하며 곡물 재고를 늘리고 있다. 수입국들은 수입관세를 낮추고 곡물 경작지를 늘리는 등 안정적인 곡물 확보를 위한 자구책을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세계 3위의 곡물 수입국인 한국도 수입처를 다변화하고 해외 농업을 적극 활용하는 등 장기적인 곡물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곡물 수출국… 식량 ‘무기화’

1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3위의 밀 수출국인 러시아는 지난달부터 밀에 10%, 보리에 30% 수출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국내 식품 가격 인상을 막고 자국의 소비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세계 6위의 밀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도 지난달부터 밀 보리 옥수수 등을 수출 가능 물량의 30%만 수출할 수 있도록 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밀과 옥수수 콩의 수출세를 지난달 7일부터 대폭 인상했다.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인도는 자국의 소비량 확보를 위해 10월부터 쌀과 밀의 수출을 중단했다.



○ 고(高)곡물가 시대 고착화

주요 수출국들의 수출 물량이 감소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이 또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11일 캔자스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국제 밀 선물(先物) 가격은 t당 349달러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87%나 올랐다.

지난해 초 80달러대에 불과하던 옥수수는 같은 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t당 149달러에 거래됐다. 콩도 작년 12월보다 65% 상승한 417달러에 거래됐다.

바이오연료용 곡물 수요와 세계 원자재 시장의 블랙홀인 중국과 인도 등의 곡물 수요도 급증하고 있어 곡물 가격 급등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세계 곡물 소비량은 사상 최대인 20억9500t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010년 밀 가격이 t당 최고 361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수입국들은 ‘식량 안보’ 비상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은 곡물 수입을 늘리기 위해 수입관세를 내년 8월까지 폐지하기로 했으며, 곡물 생산 과잉을 막기 위해 경작지 10% 이상을 휴경지로 남겨놓도록 했던 규정도 폐기했다.

세계 최대 콩 수입국인 중국은 10월부터 수입 콩의 관세율을 3%에서 1%로 낮췄다. 일본은 주요 수출국의 곡물 유통기반 시설을 직접 구매하는 방식으로 곡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

곡물 자급도가 28%에 불과한 한국도 사료용 곡물 생산을 늘리는 한편 내년 1월부터 수입 곡물의 관세율을 낮춰 주는 할당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의 김태곤 연구위원은 “한국도 곡물을 에너지나 광물 같은 자원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식량자원 부족 시대를 대비해 장기적인 곡물 수급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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