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7세기 벽화속 사신 2명 모습 크게 훼손

  • 입력 2007년 10월 2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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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요충지인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남아 있는 7세기 고구려 사절 등을 그린 벽화가 흔적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벽화는 왕오천축국전을 쓴 통일신라의 혜초 스님과 고구려 유민의 후예로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역원정에 나선 당의 고선지 장군에 앞서 한국인이 1350여 년 전 초원길을 통해 7000km가량 떨어진 이곳까지 왔음을 보여 주는 획기적 사료로 평가된다.》

2006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현지를 답사한 고려대박물관(관장 최광식 한국사학과 교수)은 22일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아브 역사박물관에 전시 보관되고 있는 이 벽화를 정밀 조사한 결과 고구려 사신 2명의 모습이 크게 훼손돼 윤곽만 남은 사실을 확인했다.

고대 실크로드 오아시스 길의 중심 무대였던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아브 궁전에서 1965년 발굴된 이 유물은 7세기 후반 이곳의 지배자였던 와르후만 왕을 알현하는 외국 사절의 모습 등을 담은 대형 채색벽화. 국내외 역사학계에서는 이 중 2명의 사신이 입고 있는 복장과 새의 깃을 꽂은 조우관(鳥羽冠) 및 환두대도(環頭大刀) 등을 근거로 한국인이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1976년 고 김원룡 선생을 통해 이 유물의 존재가 국내에 처음 알려진 후 사신의 국적에 대해서는 고구려 신라 발해 등으로 이견이 있었으나, 벽화에 남아 있는 소그드어 명문을 통해 주인공인 와르후만 왕의 재임 시절이 밝혀짐에 따라 사신 일행이 650∼655년 이곳을 다녀간 고구려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정설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 고려대 국어교육학과 전경욱 교수 제공

벽화는 발굴 후 통째로 박물관으로 옮겨져 전시되고 있으나 보존 처리 부실과 열악한 전시 시설로 급격히 훼손되기 시작해 채색은 물론 인물의 상당 부분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고구려 사신의 모습도 윤곽만 알 수 있을 뿐 고구려인임을 나타내 주는 깃털 장식과 얼굴 모습, 환두대도의 환(環) 모양과 칼집의 M자 문양, 무릎을 가릴 정도의 황색 상의와 끝이 뾰족한 신발 등 당시 복식 등을 거의 알아 볼 수 없는 상태다.

1970년대 중반 이래 여러 차례 이 벽화를 직접 관찰해 온 정수일 박사는 “보존 처리 미숙과 박물관 전시실의 습도 및 환풍 조절에 문제가 있어 벽화의 상태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 상태대로라면 얼마 안 가 형태가 전부 날아가 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비록 외국에 있지만 고대 한국인의 진취성 국제성 자주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보존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광식 관장은 “사마르칸트 고고학연구소에 남아 있는 발굴 당시의 사진과 세부 묘사도 및 1975년 나온 첫 정식 발굴 보고서를 토대로 보존 및 복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며 “정부와 기업 등이 나서 관련 유물의 국내 전시와 국내 기술진을 통한 복원 처리 및 항구적인 보존 대책을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마르칸트(우즈베키스탄)=오명철 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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