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인권외교’ 비싼 대가

  • 입력 2007년 10월 2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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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환대에 中반발… 고위급회담 취소

러 야당인사들 만나 푸틴 자극… 경제실리 놓쳐

‘메르켈 비용(Merkel cost).’

앙겔라 메르켈(사진) 독일 총리의 ‘가치 중시 외교’가 치러야 하는 경제적 대가를 뜻한다.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우선시하는 메르켈 총리의 솔직한 외교 방식이 ‘비생산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고 독일 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이 23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23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 중국 정부가 티베트 분리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인물을 독일 총리가 환대한 이후 독일-중국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중국은 12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릴 예정이던 인권회담을 포함해 고위급 양자 회담을 모조리 취소했다. 메르켈 총리와 달라이 라마의 만남에 대해 독일 국민의 82%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재계에서는 “분별없는 행동이었다”는 비난이 나왔다.

지난해 1월 메르켈 총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처음 정상회담을 한 후 곧바로 러시아 야당 인사들을 만났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독일 비스바덴에서 양국 간 정상회담에 2시간이나 늦게 도착함으로써 불편했던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양국 정상은 이란의 핵문제부터 교역문제까지 모든 주요 현안들에 이견을 노출했다.

메르켈 총리의 가치 외교는 독일의 실리 외교 전통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전임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러시아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며 조용히 실리를 챙겼다. 푸틴 대통령에게 ‘완벽한 민주주의자’라고 아첨해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러시아는 독일의 최대 에너지 공급원이다. 이란의 핵 위기나 코소보 분쟁의 평화적 해결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나 중국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난해 10월에도 푸틴 대통령이 독일에 대규모 천연가스 저장시설을 건설하겠다고 제안했으나 메르켈 총리는 ‘유럽 연합 차원의 에너지 정책이 양국 간 거래보다 중요하다’며 거절했다. 모스크바 언론들은 “독일에 무릎을 꿇고 청혼했다가 퇴짜를 맞은 격”이라고 논평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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