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최악… 美경제 침체가능성 70%”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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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 누리엘 루비니(경제학) 교수가 11일 뉴욕 맨해튼 RGE모니터 사무실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경제학) 교수가 11일 뉴욕 맨해튼 RGE모니터 사무실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파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뉴욕대 누리엘 루비니(경제학) 교수는 미국 경제학계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해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힌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미국 경제는 낙관론에 묻혀 있어 그는 ‘외로운 목소리’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주택시장이 악화되면서 그의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를 초청해 경제 전망을 듣기도 했다. 그는 경제정보 및 분석 제공 컨설팅 회사인 ‘RGE모니터’(www.rgemonitor.com)도 운영하고 있다. 11일 맨해튼 남쪽에 있는 RGE모니터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주택 경기와 미국 경제 전망 등에 대해 들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0.50%포인트 내렸다. 어떻게 평가하나.

“금리인하는 잘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늦었다. 신용경색이 심각한 데다 주택시장 침체로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번 금리 인하는 때늦은 감이 있다.”

―FRB의 금리인하 결정 이후 적어도 금융시장은 상당히 안정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전체 금융시장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있나.

“금융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금융시장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는 신용경색, 유동성 부족, 미국 경제의 기초 체력 저하 등 복합적이라는 점이다. 금리인하를 한다고 해서 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미국 주택시장 전망을 어떻게 하고 있나. 주택가격이 추가로 하락한다고 보나.

“그렇다. 현재 미국 주택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공급은 많은 반면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모기지 원리금을 갚지 못해 주택 소유권을 상실하는 사람이 앞으로 200만 명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 시장에 추가로 200만 채가 매물로 나온다는 의미다. 이는 추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앞으로 2년 동안 집값이 많게는 20%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당신의 경제 전망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미국 경제침체를 확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가에선 미국 경제 기초가 튼튼하고 FRB가 경기침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렇지 않다고 보는 낙관적인 전망도 많다. 또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 주택경기 침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경제에서 주택 부문 비중은 5%에 불과하다. 그런데 문제는 동시에 경제의 다른 부문도 좋지 않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신용시장이 불안하며, 국제유가는 폭등하고 있다. 노동시장도 공식 통계보다 훨씬 나쁘다. 기업 부문은 상대적으로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장밋빛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기업 투자가 좋지 않다. 주택시장 침체로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지 않아 재고가 쌓이면 기업들로선 투자를 꺼린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70%로 보고 있다.”

―현재 중국과 유럽 경제가 좋아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의 둔화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 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는데….

“나는 세계 경제가 미국 경제에서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됐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첫 번째 희생자는 중국이다. 소비가 줄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과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은 일단 중간재와 부속품을 중국에 수출한 뒤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여 미국에 수출한다. 중국은 미국에, 동아시아 국가는 중국에 의존한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 동아시아와 유럽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미국 금융시장에 문제가 생기면 동아시아 지역에도 파급될 수 있나.

“한국 등 동아시아 금융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다. 변동환율제를 채택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금융위기 가능성은 없다. 이들 국가는 또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크게 노출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전 세계 금융은 모두 연결돼 있다. 미국 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이 발생하면 이는 다른 곳에도 전염된다. 여기에 아시아 경제가 냉각되면 더욱 나빠진다. 중국 등 일부 지역에선 주식시장 등 자산 거품 가능성도 있다. 과거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렇다고 방심해서는 안 된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 누리엘 루비니 교수는

△1958년 터키 이스탄불 출생

△1988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1993∼1995년 예일대 교수

△1995년∼현재 뉴욕대 교수

△1998년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0년 미 재무부 자문위원

△2004년∼현재 RGE(루비니글로벌이코노믹스)모니터 대표 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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