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토 8년만에 귀국… 망명생활 종지부

  • 동아일보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베나지르 부토(54) 전 파키스탄 총리가 8년간의 망명생활을 끝내고 18일 귀국했다. 부패 혐의로 실각한 뒤 1999년 망명길에 오른 부토 전 총리는 이날 오후 1시 40분(현지 시간) 두바이발 에미레이트항공편으로 카라치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의 귀국은 장기 집권을 꿈꾸는 무샤라프 대통령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법원장 해임 이후 벌어진 퇴진운동과 이슬람 급진 ‘랄 마스지드(붉은 사원)’ 무력 진압으로 궁지에 몰린 무샤라프 대통령은 정권 연장을 위해 부토와의 협력 카드를 빼들었다.

부토 전 총리는 무샤라프의 대통령직 수행을 용인하는 대신 차기 정권의 총리 자리를 약속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 참모총장직을 내놓고 군부독재를 끝내겠다는 무샤라프 대통령의 제안이 그를 솔깃하게 만든 것.

부토 전 총리는 이런 정치적 합의에 따라 내년 1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파키스탄인민당(PPP)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면 다시 한 번 총리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정적 관계이던 두 사람이 손을 잡은 어설픈 ‘적과의 동침’이 장기적으로는 파키스탄에 정국 불안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망명 시절 반드시 파키스탄에 돌아가 무샤라프의 군부독재를 끝내겠다고 벼르던 그였지만 결국 무샤라프 정권 연장을 위한 파트너가 된 것도 정국 불안 요소의 하나다. 언제 서로 등을 돌릴지 모르는 위험이 잠재돼 있다.

특히 부토 전 총리의 운명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하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그의 사면을 약속했지만 아직 법원은 부패 혐의를 풀어 주지 않은 상태여서 ‘제한된’ 자유만을 누릴 수 있다.

6일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무샤라프 대통령도 후보 자격 시비로 인해 대법원 판결 이후에나 대통령 당선자로 확정될 처지다. 권력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여기에 두 사람이 정치적인 야합을 했다고 비난하는 법조계와 야당의 목소리도 부담스럽다.

다만 친미 성향이 강한 두 사람은 아프가니스탄 접경지대에서 이슬람 무장세력을 소탕하겠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두 사람의 권력 분점 합의에 미국의 물밑작업이 있었다는 얘기가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친미 성향 때문에 최초의 이슬람권 여성 총리로 탈레반을 지원한 부토 전 총리는 이제 과거 자신이 지원했던 탈레반의 타깃이 됐다. 그의 귀국을 앞두고 파키스탄 탈레반 사령관 바이툴라 메수드는 자살테러 대원을 보내 맞이하겠다고 협박했다. 정보기관들도 알카에다와 탈레반 등 적어도 3개 무장단체의 테러 기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부토 전 총리의 귀국은 2만 명의 군경이 배치되고 학교가 휴업하는 긴장 속에 이뤄졌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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