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방패법’ 압도적 가결

  • 입력 2007년 10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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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행정부 견제 위해 취재원 보호해야”

뉴욕타임스 주디스 밀러 기자는 2005년 버지니아 주 구치소에서 85일간 수감생활을 했다. 리크게이트를 수사한 특별검사가 “취재원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거부한 것이 그 이유였다.

16일 미 하원은 언론인에게 취재원 공개 요구를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는 이른바 ‘방패법(Shield Law)’을 398 대 2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워싱턴포스트가 17일자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이 매우 드물게 협력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법안은 초당적인 지지를 얻었다. 공화당 반대파 의원도 여럿이 찬성으로 돌아섰다.

백악관은 즉각 “기밀로 분류된 국가안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수 있고 테러범 색출 노력이 훼손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공화당의 하원 2인자인 로이 블런트 원내 부대표도 ‘찬성’으로 돌아섰다. “공화당에서 감지되는 큰 변화”라는 해석이 따랐다. 블런트 부대표는 이날 “최근 들어 정보의 흐름이 너무 위축됐다. 대부분의 사안에서 비밀 유지를 희망하는 행정부의 뜻이 반영된다는 점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법안의 대표발의자인 공화당 중진 펜스 하원의원은 “날로 강력해지는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언론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 (법안의 취지는) 기자 보호라기보다는 사회적 알 권리 보호”라고 설명해 왔다.

하원이 통과시킨 법안은 취재원 정보 공개에 필요한 조건을 명시했다. △검찰이 진실 파악을 위해 다른 대체수단을 소진했음을 입증해야 하고 △언론에 요구한 자료가 수사에 결정적이어야 하며 △임박하고 실질적인 국가안보 위협이 있을 때에만 취재원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안이 통과되려면 상원에서 비슷한 법안을 과반수 지지로 통과시킨 뒤 상하원이 두 통과법안의 차이를 조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상하원이 모두 제적 3분의 2의 찬성으로 재가결하면 법으로 확정된다. 결국 상원의 표결 과정에서 100석 가운데 67명의 찬성이 필요하게 된다.

미국에는 그동안 언론인의 취재원 보호권한을 보장하는 연방차원의 이른바 방패법이 없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0년대 초 “현장취재 후 작성한 기사에 등장하는 마약거래상 2명의 이름을 공개하라는 수사당국의 요구를 언론사가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50개 주 가운데 32개 주에서 주법(州法)으로 취재원 보호 규정이 담겨 있고 나머지 18개 주 가운데 17개 주는 법으로 명문화하지는 않았지만 ‘기자의 취재원 보호 필요성을 존중한다’는 점을 보장하고 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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