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공종식]‘대선의 계절’ 한국만 보는 美교포사회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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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한인이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는 ‘○○○ 미주 지역 후원회’ ‘○○○사랑’ 등의 행사가 자주 열린다.

한국 대선 바람이 태평양을 건너 재미 교포사회까지 강타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 대선후보 후원회 모임이 100여 개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후원회는 로스앤젤레스 지역에만 비슷한 이름으로 6개가 넘는다.

실소를 자아내는 일도 많다. 5년 전 대선을 앞두고 노무현 후보 후원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교포사회에서 이명박 후보를 비난하다가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되자 ‘명박 팬’으로 돌아선 사람도 있다.

교포들은 한국 대선에서 투표권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부 주간지나 라디오방송은 교포들을 상대로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고국 정치인 후원회 활동을 하고, 고국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을 무조건 비판할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교포사회에 한국 대선 바람이 불면서 미국 정치권에서 한인 정치력 신장 등 정작 교포사회에 중요한 이슈가 가려진다는 점이다.

11일 뉴욕·뉴저지 유권자센터(소장 김동석)가 뉴저지 주 하원의원 후보들을 초청해 개최한 토론회에는 한인 40여 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한인회 관계자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요즘 활발한 한국 대선후보 후원회 행사에 수백 명이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김동석 소장은 “미국 정치권에서 한인들의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1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였는데 한인사회의 관심이 너무 적어 난감했다”고 말했다.

미국 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미국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미국 정치인에 대한 후원금 모금을 통해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미 하원의 위안부결의안 통과도 이 같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통해 한인단체들이 미국 의원들을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미국 사회에서 유대인의 영향력이 큰 것도 이런 방식을 통해 정치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재미 한인교포들이 고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일은 고국 대선후보 후원회 참석보다는 미국 선거에서 더욱 많이 투표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미국 정치인들이 한인 유권자들을 의식하고, 나아가 한국을 배려하기 때문이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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