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경제읽기]유럽 빵 - 우유값 ‘중국발 나비 효과’

  • 입력 2007년 9월 1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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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식으로 생활하면 유럽은 물가가 아주 비싼 나라다. 간단히 밖에서 식사 한 번 해도 한 사람에 20유로(약 2만6000원)는

쉽게 넘어간다. 외국어 학습이나 피아노 과외도 한 시간에 20유로가 기본이다. 한 달에 10번만 해도 200유로다. 이런 유럽에서도 생필품은 싸다.

프랑스의 경우 바게트 값이 그렇다. 1유로를 내면 큰 바게트 빵 하나를 사고 거스름돈도 돌려받았다. 》

그런데 최근 바게트 값이 1유로가 됐다. 이게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큰 뉴스다. 프랑스는 주요 밀 생산국이다.

그런 프랑스에서도 바게트의 원료인 밀 값이 크게 올랐다. 밀 값이 왜 오르는가 하면 급속히 성장하는 중국에서 소비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는 우유와 버터 값이 올라 연일 뉴스다. 독일은 주요 낙농국이다. 그런 독일에서 우유와 버터 값이 오르는 것도 역시 중국인 때문이다.

유럽까지 들려오는 소식인즉 중국인이 전 인민의 우유 마시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우유 값이 오르니 우유를 재료로 만드는 버터 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빵과 우유의 나비 효과’라는 말도 생겼다. 나비의 날갯짓이 먼 곳에서 폭풍까지 일으킨다는 것이 비유인지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에서 늘어나는 빵과 우유 소비가 유럽의 물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빵 우유 버터 모두 장바구니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품목이어서 유럽 주부들이 체감하는 물가 상승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나비 효과는 이제 유럽연합(EU)의 농업제도까지 바꾸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얼마 전 내년부터 휴경지 제도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에서는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우려해 1992년부터 경작지의 약 10%를 의무적으로 놀리는 대신 손해를 보전해 주는 정책을 펴 왔다.

상황은 15년 전과 크게 달라졌다. 농산물 수출 수요의 증대로 과잉생산의 우려가 없어졌다. 밀은 재고가 12년 만에 최저로, 옥수수는 3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과잉생산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다. 휴경지를 없앤다는 소식에 프랑스와 독일 농민들이 반색을 한다.

EU는 이 기회에 지원 위주의 공동농업정책(PAC)을 시장 중심으로 완전히 뜯어고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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