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노동시장도 빗장 푼다

  • 입력 2007년 9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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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대한 일본인의 배타성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다.

주택 임대 문제만 봐도 외국인에게는 집을 빌려 주지 않는 일본인이 태반이고 빌려 줘도 반드시 일본인을 보증인으로 세우라고 요구한다.

정책적으로도 단순 노동 인력은 이민을 허용하지 않는 원칙을 수십 년째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철옹성을 방불케 하던 단단한 벽도 일본 사회 내부에서 분출하는 압력 때문에 최근 급속히 금이 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노동력 확보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경제계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문호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단체인 경단련(經團連)은 올해 3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춘 외국의 고급 노동력에 대한 체류 자격 요건을 완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엔지니어와 통역, 디자이너 등이 체류 허가를 얻는 데 필요한 최소 실무 경력 기간을 10년에서 4년으로 대폭 줄이고 체류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달라는 내용이다.

경단련은 이와 함께 일반 기능공도 “일본어 능력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산업 현장에서는 사실상 단순 노동력을 수입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외국인 연수생·실습 제도를 확대해 달라는 주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연수 1년, 실습 2년’으로 돼 있는 현행 규정을 ‘실습 3년, 조건부 2년 연장’으로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경제산업성은 ‘연수 1년, 실습 2년, 조건부 2년 연장’안을 제안한 바 있다.

법무성은 한발 더 나아가 올해 5월 단순 노동력 수입을 공식 허용하는 시안을 처음으로 내놨다.

법무성에 따르면 2006년 말 현재 행정 관청에 등록을 한 외국인은 208만4919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요타자동차와 부품업체 등이 밀집한 아이치(愛知) 현 등에서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상당수 공장이 가동을 중단해야 할 정도로 의존율이 높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외국인 근로자와 공생할 수 있도록 사회구조와 국민 의식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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