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휴대전화 외판원, TV서 아리아 불러 세계적 스타로

  • 입력 2007년 8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힘든 일이 많았지만 언젠가 절호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 희망이 나를 지탱한 힘이자 ‘진짜 기회(One Chance)’가 됐네요.”

동영상으로 본 외모는 ‘별 볼일 없었다.’ 고르지 못한 치아, 볼록 튀어나온 배, 허름한 양복 차림까지….

영국 웨일스의 한 도시에서 휴대전화 외판원으로 일하던 이 남자는 TV의 ‘노래 자랑’ 프로그램에서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우승을 거머쥔 그의 동영상은 9일 만에 유튜브 사상 최고의 조회 수인 1000만 클릭을 기록했다. 최근 그는 첫 음반 ‘원 찬스’를 냈다. 7월 16일 영국에서 나온 첫 음반은 3일 만에 8만 장이 팔렸으며 한국에서는 2일 발매되자마자 팝차트 4위에 올랐다.

그가 바로 폴 포츠(36·사진) 씨. 최근 음반 홍보를 위해 미국에서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보내는 그를 e메일 인터뷰했다. 그는 갑작스러운 유명세가 믿기지 않는 듯 “모든 상황이 예상을 뛰어넘은 것 같다”며 “아직도 꿈이 아닌지 매일 볼을 꼬집어 본다”고 말했다.

1998년부터 작은 오페라 무대에서 노래했던 그는 대형 오페라 기획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허사였다.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서 우상이었던 루치아노 파바로티 앞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2003년 수술과 교통사고로 인한 부상으로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그에겐 5500여만 원의 카드 빚까지 있었다.

포츠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꿈에 매달리는 것이었다”며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매순간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마음을 다잡은 그는 6월 보통 사람들이 노래 실력을 다투는 영국 iTV의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무대에 섰다. 그가 무대에서 “오페라를 부르러 왔다”고 하자 관객과 심사위원들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부른 뒤 분위기는 반전됐다. 관객들은 그가 노래할 동안 숨을 죽였고 기립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열한 살 때 영화 ET에서 나오는 차이콥스키 곡을 우연히 들었는데 그날 이후 클래식에 매료됐다”고 말했다.

첫 앨범에는 TV에서 불렀던 노래와 함께 아내에게 바치는 ‘카바티나’를 비롯해 록밴드 ‘REM’의 ‘에브리보디 허츠’, 스패니시 버전의 ‘마이 웨이’ 등 10곡을 수록했다. 첫 음반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희망으로, 지금은 힘들지 모르지만 희망을 갖고 역경을 딛고 나가라는 뜻이라고 그는 말했다.

포츠 씨는 “하지만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지금은 음반 홍보 때문에 휴대전화 판매는 잠시 접었으나 언제든 생업 전선에 다시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