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수렴청정 안하겠다”

  • 입력 2007년 8월 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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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 이후엔 더는 나와 상의할 필요 없다.”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이 올가을 제1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수렴청정(垂簾聽政)’을 완전히 끝내겠다는 의사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지도부에 전달했다고 홍콩 시사월간 징(鏡)보가 최근호에서 보도했다.

또 이 잡지는 후 주석이 6월 25일 전국의 성장(省長)·부장(部長·장관)급 고위 인사들 앞에서 실시한 ‘6·25 강화(講話)’가 ‘17차 당 대회 정치보고의 축소판’이라고 분석했다.

‘정치보고’는 5년마다 열리는 당 대회에서 선포되며 향후 5년간 공산당의 이념 노선과 정책 기조를 담는 중요한 문서다.

○장쩌민, 천량위(陳良宇) 축출 등 적극 지지=후 주석은 집권 이후 줄곧 국가의 중대사를 장 전 주석과 상의해 처리해 왔다. 후임 지도자가 전임 지도자의 의견을 구하는 것은 1987년 덩샤오핑(鄧小平)이 퇴임한 이후 확립된 중국 공산당의 전통이자 ‘불문화한 정치약정(政治約定)’으로 불린다.

그러나 장 전 주석은 후 주석 지도부의 업무를 간섭하지도, 새 지도부에게 요구조건을 내걸거나 제동을 걸지도 않으며 ‘수렴청정’을 스스로 자제했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두 사람의 첫 번째 상의는 후 주석이 집권한 지 얼마 안 된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했을 때 이뤄졌다. 후 주석은 상하이방(上海幇) 일원인 장원캉(張文康) 위생부장을 퇴진시키기 위해 장 전 주석의 의견을 물었고 장 전 주석은 이를 승인하며 되레 억울해하는 장 부장을 불러 “전체 국면을 봐야 한다”고 위로했다.

천량위 전 상하이(上海) 당 서기의 비리가 적발됐을 때 장 전 주석은 더욱 단호했다. 그는 “내가 사람을 잘못 썼구먼!”이라며 축출에 찬성했다. 그는 또 스스로 “신임 당 서기는 상하이 사람으로 하지 말라”고 말했고 후 주석이 시진핑(習近平) 저장(浙江) 성 당 서기를 추천하자 흔쾌히 찬성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한편 장 전 주석은 “17대 이후엔 국가 중대사를 나와 상의하지 말고 당내 민주화와 전국인민대표대회, 정치협상 제도를 통해 처리하라”고 주문했다고 잡지는 전했다.

○‘6·25 강화’는 ‘17차 당 대회 정치보고 축소판’=이 잡지에 따르면 ‘6·25 강화’에 들어 있는 정치보고의 핵심은 세 가지다.

먼저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 서구 민주주의는 물론 스웨덴식의 민주사회주의도 모두 거부한 것이다.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론과 장쩌민 지도부의 3개 대표론에 이어 후 주석이 제기한 ‘과학 발전관’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상노선이다.

둘째는 사상의 해방과 개혁개방, 과학적 발전 및 조화사회 실현,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수준) 사회’의 건설은 절대 움직일 수 없는 당대의 목표라는 것이다. 셋째, 후 주석의 이론인 ‘과학 발전관’을 당의 지도사상 반열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17차 당 대회 고위지도부 인사는 ‘대폭’ 아니다=이 잡지는 올가을 열리는 17차 당 대회는 신구 지도부가 대폭 교체되는 대회가 아니라고 전망했다.

356명(후보 위원 및 결원 2명 포함)인 중앙 위원은 6분의 1가량이 교체될 예정이며, 25명(사망 1명, 축출 1명 포함)인 정치국 위원은 5분의 2 정도가 교체될 예정이라고 잡지는 전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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