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측이 ‘독일과 아프간 정부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아 2명의 인질을 모두 사살했다’는 당초 주장을 이틀 만에 번복한 셈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해 온 아마디의 자격과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아마디는 23일 납치된 독일인 1명과 아프간인 4명이 살아 있다며 이들을 아프간 정부에 수감된 10명의 탈레반 대원과 교환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앞서 21일 독일인 2명이 모두 살해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반면 독일 정부는 피랍자 살해 보도가 나온 뒤에도 나머지 1명이 생존해 있다고 계속 주장해 왔다.
독일인 인질 중 22일 총상을 입은 시신으로 발견된 뤼디거 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도 독일 정부와 탈레반 측의 주장이 엇갈린다. 아마디는 뤼디거 씨가 총살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21일 뤼디거 씨가 총상이 아니라 납치 뒤 환경이 나빠지면서 건강이 악화돼 사망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언론도 이날 대중지 ‘빌트’를 인용해 뤼디거 씨가 지병인 당뇨병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외교부도 인질이 심장마비로 숨졌으며 다른 한 명은 살아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소식을 대외에 알리는 홈페이지 영문 게시판에 독일인 피랍자 관련 내용이 한 차례도 나오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이 게시판에는 한국인 납치와 관련한 정황 및 요구사항이 20일부터 22일까지 매일 1건씩 게재됐다.
빌트는 21일 익명의 독일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대변인을 자칭하는 아마디가 실제 대변인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인물’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독일 일간지 디벨트도 같은 날 독일인을 납치한 세력이 탈레반이 아니라 친(親)탈레반 파슈툰 무장세력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