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강온양면 對中무역정책… 의회는 때리고 정부는 달래고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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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지난해 2325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본 미국의 의회가 중국 손보기에 나섰다. 미중 환율전쟁은 잘 알려진 일이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전면에 나설 정도로 분위기가 험악하다.

펠로시 하원 의장은 지난주 “17년간 미중 무역불균형 확대를 경고해 왔다. 위안화 약세가 미국 제조업에 어떤 충격을 주는지 미국인들이 깨닫기 시작했다”며 보복법안 마련을 지지했다. 대(對)중국 무역적자액 2325억 달러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5%를 차지하는 막대한 규모다.

일부 공개된 법안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약세를 계속 유지해 중국산 수출품 가격을 낮춘다면 ‘사실상의 덤핑’으로 간주해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당국은 달러당 7.5위안 안팎의 기준 환율을 제시한 뒤 외환시장에서 ‘1일 상하 0.5%’라는 소폭의 변동만을 허용하고 있다.

법안은 중국의 저가 공산품 수출 공세 때문에 제조업 일자리 감소가 큰 뉴욕 주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상원 의원들이 앞장서서 마련했다.

그러나 세계 무역의 골간인 미중 교역을 흔들 이 같은 보복법안이 실제 통과될 지는 미지수다. 척 슈머(민주·뉴욕 주) 상원 의원은 2004년 중국의 환율 개입이 중단되지 않으면 보복관세 27%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냈다가 “무리다”라는 비난 속에 지난해 스스로 철회한 바 있다.

유권자를 의식한 의회와는 달리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조용한 환율외교를 선호하고 있다. 연 2차례 발표하는 재부무 환율 보고서는 이달 초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규정하는 것을 거부했다.

골드만삭스 회장 시절에 중국 출장만 70회 넘게 갔다는 중국통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국내법 조치로 중국을 자극하기보다 대화로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재무부의 대화강조 노선은 현실적인 제약 때문이란 분석이다. 컨설팅사인 맥킨지는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인도 중국 중동의 대미 투자 의지가 지속될 것”이라며 “향후 5년간 미국의 무역적자에 따른 달러 유출은 이들 국가의 미국 내 주식, 채권, 부동산 투자로 충당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당분간 ‘강한 달러’ 기조가 유지될 것인만큼 환율 변동에 따른 미국의 무역적자 감소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로버트 키밋 미 재무부 부장관은 중국과 러시아 방문을 앞둔 1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채를 계속 대량 매입하도록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재무부의 노력은 올해 4월 중국이 미 국채보유액을 58억 달러 순감소시킨 것이 계기가 됐다. 월별 순감소는 2005년 10월 이후 처음이었다. 중국은 4월 말 현재 미 국채 4140억 달러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의회는 중국을 압박하지만 행정부는 달래느라 바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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