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유권자, 사르코지 독주에 제동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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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UMP)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UMP는 예상만큼 압승을 거두진 못했다. 반면 참패가 예상됐던 사회당은 예상외로 의석 수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 권력이 사르코지 대통령과 집권당에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막으려는 견제 심리 때문으로 풀이됐다.

∇사르코지, 불만족스러운 승리=UMP는 577석 가운데 314석을 차지했다. 과반을 훨씬 웃도는 의석 수로 정부의 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 결과를 승리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UMP는 현재 의석 수에 비해 오히려 45석을 잃었기 때문이다.

대선 승리에 이어 기세등등하게 총선의 압승을 예상했던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선 ‘패배’나 마찬가지인 결과다. AP통신은 좌파의 이상을 오랫동안 추구해 왔던 프랑스 유권자들이 우파 대통령에게 권력이 절대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개혁은 예고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프랑수아 피용 총리는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은 대통령이 자신을 갖고 행동할 수 있도록 다수의 표를 줬다. 우리는 프랑스를 제자리에 붙들고 있는 관습과 금기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르코지의 첫 상처, 쥐페의 낙선=줄어든 의석 수 못지않게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타격을 가한 것은 알랭 쥐페 환경에너지장관의 낙선이다. 쥐페 장관은 보르도가 있는 남부 지롱드 지방 선거구에서 무명의 사회당 후보에게 49% 대 51%로 패배했다.

쥐페 장관은 패배가 확인되자마자 장관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선거 기간에 피용 총리의 입을 통해 “낙선하는 장관은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기 때문에 사실상 부총리 격으로 중용한 쥐페 장관의 사임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쥐페 장관 본인으로서도 과거 집권당 재정 비리 사건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고 은퇴했다가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복귀했으나 총선 패배로 또다시 정계에서 물러날 위기에 처했다.

∇사회당의 기사회생=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당수는 “사회당이 소생했다. 프랑스는 두 개의 다리로 걷게 됐다”며 총선 결과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185석을 얻어 현재 149석에서 37석이나 늘리는 데 성공했다. 대선 패배로 침체됐던 사회당으로선 당 관계자들도 깜짝 놀랄 만한 성적이었다.

언론들은 의회 내 좌파 야당의 비중이 기대 이상으로 높아짐에 따라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학생, 노동계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파업과 시위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당 이외의 다른 좌파 정당들은 41석을 확보했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했다. 프랑수아 바이루의 중도정당 민주운동(MoDem)은 바이루를 포함해 3명의 의원을 배출하는 데 그쳤다.

극단주의 정당을 포함한 군소 정당들의 영향력이 위축되고 제1야당의 덩치가 커지면서 전형적인 양당 정치 체제가 뚜렷해진 것으로 정치분석가들은 평가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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