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환 10주년… '맑음, 하지만 구름도 약간'

  • 입력 2007년 6월 11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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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지 10년. 사회주의 중국의 통제로 쇠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1국 2체제'가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18일자)에서 이를 날씨에 비유해 '맑음, 하지만 구름도 약간'이라고 평가했다.

▽'동양의 진주' 다시 기지개=반환 초기 홍콩인들은 '사회주의 중국'의 영향을 우려했으나 예상치 않은 일들이 홍콩을 뒤흔들었다.

1997년 하반기와 이듬해 아시아 금융위기와 조류독감이 강타해 1998년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추락했다. 2003년 홍콩을 덮쳤던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어 그해 실업률이 8%로 치솟았다.

하지만 홍콩 경제는 다시 회복돼 반환 당시 1만 5200 포인트였던 홍콩 증시의 항셍지수는 최근 2만 1000포인트까지 상승했다. 홍콩 경제의 회복과 증시 활성화는 중국의 영향이 크다. 지난해 홍콩 증시가 412억 달러를 조달해 기업공개 규모에서 런던에 이어 2위에 오른 것은 90% 이상이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 기업의 상장에 따른 것이다.

중국과의 경제협력 효과는 증시 뿐 아니다.

2003년 사스로 홍콩 경제가 위기에 빠졌을 때 중국은 그해 6월 홍콩과 자유무역협정(FTA)과 유사한 경제동반자관계강화협정(CEPA)을 체결했다. 중국이 수입관세를 철폐하고 서비스 시장을 개방했다. 중국인들의 홍콩 여행도 단계적으로 자유화했다.

▽정체성 혼란 여전= '홍콩의 중국화'가 연착륙을 하고 있지만 홍콩은 '중국의 일부'냐 '세계의 일부'냐 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타임지는 분석했다.

장룽시(張隆溪) 홍콩 청스(城市)대 교수는 "아직 많은 홍콩 시민들이 스스로를 대륙 사람들과 구분 짓고 있다"며 "이것이 홍콩의 장점이자 약점"이라고 말했다.

옌쉐퉁(閻學通) 칭화(淸華)대 국제문제연구소장도 "홍콩은 여전히 중국의 특별한 지역, 더 나아가 외국으로까지 인식되고 있다"면서 "이름은 반환됐지만 본질은 반환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경제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파이스턴이코노믹 리뷰 최근호는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선전(深¤) 등 '자매 도시'들의 공세도 드세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아시아 본부를 홍콩에서 대륙으로 옮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화가 심화하면서 홍콩인들의 영어 구사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홍콩 민주화는 아직 = 반환이후 홍콩의 민주화는 그다지 진전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중국 정부가 다른 분야와 달리 홍콩의 민주화에 대해서는 '속도 조절'을 강조하며 과속에는 여전히 강한 반감을 보인다.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은 6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홍콩특별행정구기본법 실시 10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홍콩의 자치권은 홍콩 고유의 것이 아니라 중앙이 부여한 것"이라며 민주화 요구를 일축했다.

홍콩 민주화의 요체는 행정장관 및 입법위원의 직선제. 올해 3월 실시된 행정장관 선거에서 처음으로 경선이 실시된 것이 그마나 진전된 것이다. 이전에는 모두 친 중국 인사가 단독 입후보했다.

홍콩인들은 다음 행정장관 선거가 있는 2012년엔 직선제가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홍콩기본법을 바꿔야 한다. 홍콩기본법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의 비준 없이는 바꿀 수 없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베이징=하종대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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