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日총리관저 출입기자들이 말하는 ‘기자와 기자실’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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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기자의 일터독일 DPA통신사의 뚜옛 응우옌 기자가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내 기자실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다(왼쪽). 유엔은 문 입구에 ‘유엔 기자협회(UNCA) 클럽’이라고 써 붙인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다(오른쪽). 뉴욕=공종식  특파원
유엔기자의 일터
독일 DPA통신사의 뚜옛 응우옌 기자가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내 기자실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서 포즈를 취했다(왼쪽). 유엔은 문 입구에 ‘유엔 기자협회(UNCA) 클럽’이라고 써 붙인 기자실을 운영하고 있다(오른쪽). 뉴욕=공종식 특파원
유엔 기자클럽 회장 뚜옛 응우옌 DPA통신사 기자

“기자실 없이 촌각 다투는 뉴스 송고 어떻게…”

지난달 30일 오후 4시 반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3층에 있는 독일 DPA통신사 기자실 부스.

중견 언론인인 뚜옛 응우옌 기자가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바로 직전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라피크 하리리 전 레바논 총리 암살 용의자 재판을 위한 특별 국제법정 설치를 표결로 결정했기 때문.

통신사는 속도가 생명이다. 3분 만에 표결 통과 기사 1보를 띄웠다. 이어 표결에 앞서 이뤄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발언, 이번 결의에 반발하는 시리아 정부의 반응 등을 종합한 기사 송고를 마무리한 시간은 오후 5시.

응우옌 기자는 다시 2층의 유엔 안보리 입구로 향했다. 유엔 기자들이 스테이크아웃(stake out·영어로 ‘대기한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표결에 기권한 중국대사의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반응까지 포함해 레바논 표결 기사를 마무리한 시간은 오후 6시.

“유엔 출입이 15년이 넘었지만 항상 기사 마감은 스트레스입니다. 무엇보다 빨리 기사를 처리해야 하고, 또 기사가 정확해야 하거든요.”

그는 유엔에서 마당발로 통한다. 처음 6년은 UPI 유엔지국장으로, 그 뒤 9년째 DPA 유엔 출입기자로 일을 하고 있어 유엔 사무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그가 매일 일하는 공간은 유엔본부에 마련된 5평 크기의 DPA 부스. 여기서 응우옌 기자는 영어로, 다른 동료 3명은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각각 기사를 작성한다.

그에게 이 같은 기자실이 없다면 어떻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지 물어봤다.

“음, 문제가 복잡하겠는데요. 우선 밖에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해야 하겠지요. 그런데 오늘처럼 촌각을 다투는 뉴스가 있으면 송고를 어떻게 하지….”

지난해 12월부터 유엔 기자클럽 회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상주 기자실을 요구하는 기자들이 많아 기자들을 대표해서 이 문제를 유엔 사무국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응우옌 기자는 이날 점심은 유엔본부 4층 식당에서 린 파스코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과 함께했다. 취재원을 만나는 것은 그에게 중요한 업무다. 깊이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선 많은 정보를 가진 취재원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매일 정오에 있는 유엔 대변인 브리핑은 비교적 충실한 편입니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지요. 다른 기자들보다 앞선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취재원 확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똑같은 기사를 쓸 수는 없잖아요. 경쟁, 이것은 언론의 숙명이 아닌가요?”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아사히신문 총리실 현장 책임 구리하라 기자

“기자란 관청 들어가 官 감시하는 民의 대표”

일본 아사히신문 정치부의 구리하라 겐타로(栗原健太郞·41·사진) 기자는 총리관저 출입기자 13명을 관장하는 이른바 ‘현장 캡틴’이다.

그의 하루는 아침에 총리관저 기자실로 출근해 현장기자들이 새벽부터 취재한 보고 e메일을 체크하는 데서 시작된다. 오전 1시 반까지 ‘바이스(副) 캡’ 두 명과 함께 현장기자 10명의 취재 내용을 바탕으로 그날 쓸 기사를 기획하고 출고한다.

관저 기자클럽에서 아사히신문에 배정된 자리는 6개. 부스 주변에는 회사에서 가져다놓은 팩스 2대와 TV, 프린터, 전화기 6대가 설치돼 있다. 아사히신문은 관저 측에 매달 통신사용료를 지불한다.

지난달 31일은 일본 국회에서 이튿날 오전 1시가 넘어서야 연금법안이 통과된 날. 그는 조간 1면과 2, 3, 4면의 메인 기사를 직접 출고해야 했다.

정치권이 요동칠 때는 수시로 관저에서 길 건너 3분 거리에 있는 ‘국회기자회관’에 간다. 자민당, 국회, 외무성 등의 기자실과 기사 계획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정치부의 ‘전선본부’인 이곳에는 언론사당 10평이 넘는 방이 있고 데스크 2명이 상주한다. 타사의 눈을 피해야 하는 특종기사도 이곳에서 쓴다.

일본 언론은 메이지(明治)시대 이래 권력을 추적하며 견제 감시하는 ‘워치 독(watch dog)’으로서 취재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신참 기자가 주로 담당하는 ‘총리번(番)’의 경우 ‘총리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도 지켜봐야 한다’는 뜻에서 ‘데스 워처(death watcher)’라 불린다. 관저 앞을 지키며 얻어낸 총리 동정은 다음 날 신문에 분 단위로 실린다.

총리나 관방장관이 직접 하루 1, 2회 기자회견에 나서는 것도 특징. 관방장관은 오전 11시와 오후 4시, 총리는 6시 전후해서 싫어도 기자들 앞에 서야만 한다.

“이 회견은 기자들을 통해 국민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고 답을 하는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기자란 관청에 들어와 관(官)을 감시하는 민(民)의 대표’라는 관점에서 성립한 관계죠.”

구리하라 기자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기사송고실 폐지 논란에 대해 “관공서 내에 기자실이 있음으로써 공무원도 긴장감을 되살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알 권리를 침해당하는 국민 아닌가”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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