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전향?… “온실가스 감축 15개국 회의 열자” 제안

  • 입력 2007년 6월 2일 03시 01분


코멘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 서명을 거부해 온 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인도 등 15개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에 환경개선 협상을 제안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연설에서 “15개국은 교토의정서의 1차 감축기간이 끝나는 2012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에 필요한 장기 전략을 2008년 말까지 만들자”고 촉구했다.

이를 위해 올해 말 15개국 간에 연쇄 협의를 시작하고, 청정에너지 기술에 붙여 온 관세를 삭감하자고 제안했다. 관세 삭감은 개발도상국도 환경관련 기술을 싼값에 이전받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에서 6∼8일 열릴 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이번 제안은 즉각 찬반 양론을 불러왔다.

퇴임을 앞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 인터넷판은 “미국이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해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려는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선진 35개국이 2012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수준까지 낮추자는 교토의정서는 1997년 채택됐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 경제에 부담이 크고, 중국과 인도는 개도국이란 이유로 빠졌다”며 서명을 거부해 왔다.

‘석유 사업가’ 출신인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나 2005년 “인간이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공개발언을 했고, 올 1월에는 “기후변화가 현실”이라는 표현을 연두 국정연설에서 삽입할 정도로 환경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반면 영국 일간 인디펜던스는 “그동안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미사여구로 포장했을 뿐”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미국진보센터(CAP)의 대니얼 바이스 환경전략국장은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의 1차 감축 시한인 2012년 이전의 배출가스 감축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고, 2012년 이후의 ‘장기과제’에 초점을 맞췄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는 “중국과 인도를 끌어들인 것은 눈길을 끌지만, 결국 합의 도출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말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교토의정서 2단계 협상이 시작된다”며 “대통령의 제안이 자칫 이 협상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