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Rush]국내 주요 그룹의 중국 진출 전략<3>LG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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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LG화학 LG필립스LCD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현지화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LG트윈타워(위)와 LG필립스LCD 난징공장. 사진 제공 LG전자, LG필립스LCD
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LG화학 LG필립스LCD 등 주요 계열사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의 문을 열고 있다. 현지화와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워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베이징에 있는 LG트윈타워(위)와 LG필립스LCD 난징공장. 사진 제공 LG전자, LG필립스LCD
중국 LG전자 톈진(天津)법인 직원들은 출근할 때와 퇴근할 때 ‘웃어요, 인생은 멋집니다(Let’s smile, Life′s good)’라고 외친다. 윤홍식 톈진법인장이 지난해 말부터 주도하고 있는 ‘스마일 운동’의 일환이다.

톈진법인은 현지 직원들이 신바람 나게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10명의 ‘스마일 감독’도 지정해 두고 있다.

윤 법인장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마음이 가치 창출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그런 마음은 신나는 일터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LG전자를 중심으로 LG화학, LG필립스LCD 등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LG전자는 한중수교 직후인 1993년 후이저우(惠州)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중국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재 15개 법인에서 3만5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LG그룹은 철저한 현지화와 신바람 나는 직장 만들기 등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중국시장을 사수하겠다는 방침이다.

○차별화+현지화

LG전자는 철저한 현지화를 중국 전략의 제1순위로 삼고 있다. 생산, 마케팅, 인재육성, 연구개발 분야에서 4대 현지화 전략을 세웠다.

LG전자는 중국을 단순한 수출전진기지나 판매기지로 여기지 않는다. 생산, 판매, 서비스 등 모든 사업 영역을 수행하는 ‘현지 완결형’ 기업 구조를 처음부터 계획하고 실행해 왔다.

전체 중국법인 종업원의 98%에 이르는 현지 직원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특히 후이저우, 톈진, 상하이(上海) 등 주요 법인을 중심으로 펼치는 ‘펀(fun) 경영’ 전략은 유명하다.

신나는 일터가 현지인들의 소속감을 높여주고 조직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펀 경영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오디오를 생산하는 후이저우 법인은 올 2월부터 에어로빅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사무직과 생산직 여사원 50여 명이 참가하는데 전문강사가 매주 두 번 법인을 방문해 댄스 동작을 지도한다.

상하이 법인은 임신 중인 여사원을 위해 올 1월부터 ‘예비엄마 유아강좌’를 열고 있다. 지난달에는 ‘임신부 영양식탁’을 차려 점심시간에 제공하기도 했다.

LG전자는 또 현지 노동조합을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노조를 기피하는 외국기업과 달리 생산법인 설립 초기부터 회사가 노조 설립을 먼저 지원한 것.

그 결과 노조는 성수기에는 잔업이나 특별근무를 자발적으로 자원하고, 비수기에는 제품 판매에 나서는 등 회사와 ‘윈윈 관계’를 형성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필립스LCD 중국사업은 2002년 난징(南京) 시와 투자의향서를 교환하고 난징기술개발구에 모듈공장을 착공하는 등 지역사회 교류를 통한 현지화에 앞장서고 있다.

○차별화+프리미엄 전략

LG그룹은 날로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 중산층과 상류층을 겨냥해 프리미엄 전략을 펴고 있다.

LG전자는 중국시장의 상위 30%를 주요 타깃으로 결정하고 올해부터 고가 프리미엄 제품을 늘리기로 했다. 대형디지털 영상가전, 초콜릿폰, 스탠드형 에어컨, 양문형 냉장고, 드럼세탁기 등을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정하고 마케팅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대형디지털 영상가전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는 50인치 이상, 액정표시장치(LCD) TV는 42인치 이상 대형 제품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LG전자는 중국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드라마 ‘대장금’ 열풍을 이용해 한류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배우 이영애 씨를 모델로 내세운 광고를 신문, TV, 인터넷 등에 선보이는 한편 이영애 씨가 참가하는 신제품 런칭쇼도 열었다.

LG화학의 산업재 분야도 프리미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고기능 프리미엄 상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면서 “기능성 창호, 고광택 시트 등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중국 현지 법인 현황
법인주요 생산품목
타이저우냉장고, 컴프레서
후이저우오디오, 광스토리지
난징(LGENT)모니터, LCD TV
난징(LGEPN)세탁기
친황다오주물
상하이VCR, DVD, 셋톱박스
선양TV
톈진전자레인지, 에어컨, 모터, 청소기, 컴프레서
옌타이CDMA단말기
쿤산노트북, PDA
난징(LGENP)PDP모듈, TV
항저우DVD레코더
칭다오GSM단말기
자료: LG전자

○차별화+사회공헌

‘중국인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겠다.’

LG전자는 중국 사회와 중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3년 중국이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의 공포에 휩싸였을 때 ‘사스 퇴치’를 외치며 중국사랑 캠페인인 ‘아이 러브 차이나’ 운동을 벌였다. 2002년부터 중국 선양(瀋陽) 등에 LG 희망소학교를 세우고 TV와 컴퓨터 등 교육 기자재를 지원하고 있다.

2003년부터 중국 CCTV와 함께 진행하는 ‘LG이동전화 골든애플’ 프로그램도 독특하다. LG이동전화 골든애플은 대학생들이 지식과 체력을 겨루는 종합오락 프로그램으로 중국 젊은 층에게 인기가 높다. 우승자들을 초청해 LG 관련 시설을 둘러보게 하는 등 인재 발굴의 장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또 후이저우에서는 ‘LG의 날’을 정해 지역 주민들과 다양한 사회 문화 체육활동을 하고 있다. 난징에서는 ‘사랑의 병원’을 만들어 빈곤층 유아 환자들을 위해 무료 시술을 시행하기도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백색가전 버리고 고급 가전 집중 이미지 차별화 성공, 매출도 쑥쑥”▼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현지화만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12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LG그룹 사옥에서 만난 우남균(58) LG전자 중국지역총괄 사장의 경영전략은 어찌 보면 누구나 하는 말 같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선택이 쉽지 않고 한쪽에만 집중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초 부임한 우 사장은 곧바로 ‘선택과 집중’을 실천에 옮겼다. 백화점식으로 판매하던 백색가전 가운데 아날로그 TV와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일반 가전제품은 모두 철수시켰다. 그 대신 휴대전화와 디지털 TV, 스팀세탁기 등 첨단기술로 무장한 고급 사양만 남겼다.

‘백색가전의 대명사’로 인식된 중국에서의 LG 이미지를 ‘고급 가전의 대명사’로 바꾸기 위해서다. 중국 현지 기업이 이미 기술력을 습득한 제품은 과감하게 버리고 첨단기술을 응용한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곧바로 프리미엄 제품의 매출 성장으로 이어졌다. 휴대전화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늘었고 디지털 TV도 30% 이상 성장했다. LG전자의 전체 매출도 2005년 77억 달러에서 지난해 90억 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00억 달러를 예상한다.

하지만 가장 큰 성과는 LG그룹 및 LG 제품에 대한 이미지 상승이다. 고급 제품만을 생산하는 회사라는 이미지가 중국인에게서 점차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징의 심장부인 장안제(長安街)에 자리 잡은 중국 내 쌍둥이 빌딩 ‘솽쯔쭤다샤(雙子座大廈)’는 중국인에게 LG그룹의 위상을 한눈에 보여 주는 건물이다.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승용차로 1, 2분 거리에 있는 이 건물은 1995년 짓기 시작해 10년 만에 완공했다.

“세계 최고의 역량을 중국에 투입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는 회사생활 33년 중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서 보냈다. LG가 선진국 전문가인 그를 중국에 보낸 것은 최고의 역량을 중국에 투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현재 중국에서 15개 법인, 3만8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LG는 앞으로도 차별화된 최고급 제품으로 2000달러 소득의 보통 중국인이 아니라 소득 1만∼3만 달러의 고소득층 및 미래의 중산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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