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조승희 씨 행적

  • 입력 2007년 4월 18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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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강사는 평소에도 무슨 일을 당할까 우려했다', '룸메이트에게조차 거의 말을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당일 아침 지극히 일상적으로 하루 일을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 ABC 뉴스 인터넷판은 17일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을 저지른 조승희(23) 씨를 잘 아는 친구들과 교수들의 말을 인용해 조 씨의 최근 행적을 자세히 보도했다.

2005년 가을 학기 때 창작 수업을 담담했던 루신다 로이(여) 강사는 조 씨의 행적과 그의 창작 과제물에 드러나는 주제에 대해 걱정을 한 끝에 일대일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로이 강사는 ABC 뉴스와의 회견에서 "조 씨의 작문에는 명시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수면 아래에는 위협이 도사리고 있었다"며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봐온 사람 중에서 제일 심각한 외톨이였다"고 말했다.

로이 강사는 조 씨가 실내에서도 모자를 눈까지 깊숙이 내려쓴 채 선글라스를 착용했다고 평소 모습을 회상했다. 로이 강사는 또 조 씨는 무슨 질문을 하면 뭔가 속삭이면서 답변을 하는데 20초가 걸렸다고 말했다.

조 씨는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로 로이 강사를 사진찍기도 했다. 로이는 그를 만날 때 자신의 안전을 걱정하기도 했다고 했다.

로이는 당국에 조 씨의 위험성에 관해 알렸으나 개입하기에는 법적 장애물이 너무 많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 로이 강사는 조 씨에게 생활 상담을 받으라고 요청했으나 조 씨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조 씨의 기숙사 룸메이트 조지프 오스트(전기공학·2년)는 조 씨와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지냈으며 같은 방으로 옮기게 됐을 때 무슨 일인지 그는 경영학 전공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기억했다.

특히 조 씨는 항상 컴퓨터 앞에 앉아 록, 팝, 클래식 등 각종 음악을 감상했다는 것. 오스트는 "그(조승희)는 음악을 다운로드 받느라 많을 시간을 보내곤 했다"고 회상했다.

조 씨가 응시점이 없이 자신의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조 씨는 매일 운동을 했으며 매일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사건이 발발하기 전 마지막 몇 주간 조 씨는 오전 7시에 일어나기 시작했으며 그러나 최근에는 오전 5시30분이나 6시에 일어났다고 오스트는 전했다.

조 씨는 남자든 여자든 친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조 씨는 자기 방에 어떤 장식을 하거나 포스터, 사진 액자 등을 걸어놓지 않았으며 랩톱 컴퓨터과 서적, 옷이 전부였다는 것.

오스트는 2,3차례 그에게 말을 붙이려 시도했다면서 "그러나 그는 한마디 답변만을 주었고 대화를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 당일의 경우 조 씨는 아침 일찍 깨어나 무자비한 총격 사건을 저지를 것으로 전혀 보이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증언도 나와 관심을 끈다.

버지니아텍 회계학 전공의 캐런 그루얼(21)은 사건이 벌어지기 몇 시간 전인 16일 오전 5시30분경 수업준비를 위해 '벼락치기식'으로 밤늦도록 공부한 후 잠깐 휴식을 취하던 차에 조 씨와 우연히 마주쳤다.

그루얼이 하퍼홀 기숙사의 화장실을 떠나려는데 조 씨가 남자용의 통 넓은 속옷에다 티셔츠 차림으로 들어와 아침 의식을 치르듯이 로션을 바르고 콘텍트 렌즈를 착용하고 약제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루얼은 사건 발생 수시간 전 조 씨는 "거의 보통 때와 마찬가지 모습"으로 아주 평범하게 일상을 시작한 것으로 묘사하면서 "그가 이런 행동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런 면과 동시에 영문학 전공의 조 씨가 희곡 과제물 작성 등 평소 학업 과정에서도 이상한 인물이었다는 점이 뚜렷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버지니아텍 영문학 전공 4학년 여학생 스태파니 데리는 저명한 에드 폴커 교수가 가르치는 희곡 수업을 조 씨와 함께 들었다. 데리는 "그의 희곡은 정말로 병적으로 음울했고 괴기했다"고 회상했다.

데리는 또 "그의 희곡들 중 한 개는 매우 좋았다고 기억한다. 그것은 그의 의붓아버지를 혐오하는 아들에 관한 것이었다"면서 "소년인 이 아들이 전기톱을 마구 집어던지며 의붓아버지를 망치로 공격하는 그 희곡은 소년이 폭력적으로 아버지를 질식사시키는 것으로 끝난다"고 전했다.

이런 일을 자주 접한 데리는 총격사건 소식을 듣자마자 직감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학생이 조 씨라고 생각했고 "소리치며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데리는 "그의 행적에 절망적이었고 모든 조짐을 감지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뉴스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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