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론자 “아우토반은 공해주범” 獨 “무한질주 포기 못해”

  • 입력 2007년 3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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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질주를 천부(天賦)의 권리로 생각해 온 독일의 운전자들이 아우토반(고속도로) 전체에 속도제한을 둬야 한다는 유럽 환경론자들의 요구에 화가 났다.

독일인의 분노를 불러온 주인공은 유럽연합(EU)의 스타브로스 디마스 환경담당 집행위원. 그는 11일자 독일 ‘빌트 암 존타크’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한 가지 쉬운 조치를 들자면 고속도로 전체에 속도제한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속도제한은 미국과 EU 국가 대부분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를 전속력으로 모는 것처럼) 생활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에너지를 낭비해 기후를 오염시키는 영역이 많다”고 강조했다.

디마스 위원장의 발언에 지그마르 가브리엘 독일 환경교통장관이 “속도제한으로 줄일 수 있는 환경오염은 미미하다”며 발끈했다. 볼프강 티펜제 장관 대변인도 “디마스 위원장은 객관적 사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며 “독일 고속도로에 시속 100km의 속도제한을 부과해서 줄일 수 있는 이산화탄소 방출량은 0.6%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유럽 환경론자들은 수년간 속도제한을 요구해 왔으나 독일 연방정부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속도제한 없는 도로 때문에 더 안전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등 다분히 자동차 업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를 대며 이를 계속 거부했다.

독일의 고속도로 중 3분의 1가량은 이미 속도제한을 시행해 왔다. 그렇지 않은 일부 고속도로에는 시속 130km 주행이 권장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독일 고속도로에서는 갑자기 뒤에서 고성능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자동차가 나타나 ‘비켜 달라’는 뜻으로 앞서 가는 자동차를 향해 전조등을 깜빡거리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독일 자동차산업연맹(VDA)도 성명을 통해 “독일은 도쿄의정서가 시행된 1999년 이래 도로 교통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1500만 t이나 줄였다”며 “속도제한 없이 독일이 이룩한 이 같은 성과는 어떤 다른 나라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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