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인들은 흑인 동네를 떠나라” 이런건 이제 옛말

  • 입력 2007년 2월 26일 20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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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한국 상인들은 흑인 동네를 떠나라.(All Korean Merchants, Get Out of Black Neighborhoods.)"

대표적인 흑인 밀집거주 지역인 뉴욕 맨해튼의 할렘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곳에 흔했던 플래카드다. 흑인들이 한인 가게를 상대로 1년 넘게 보이콧을 하는 일도 많았다.

한인들이 흑인 밀집지역에서 자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한·흑 갈등' 때문이었다. 흑인들은 한인들에 대해 "흑인 동네에서 돈만 벌어가는 사람들"이라며 못마땅해 했다. 이 같은 '한·흑 갈등'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계기로 폭발했다.

그러나 10여 년간 사정이 달라졌다. 한인 이민 사회의 주요 이슈였던 '한·흑 갈등'이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 인구 구성의 변화 덕분이다.

민병갑 뉴욕 퀸스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논문 '저소득 흑인계층 거주지역에서 중간자 역할을 하는 한국인'에서 "히스패닉 계(중남미계 이민자)의 대도시 대거 유입에 따라 전통적인 흑인 주거지역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졌다"고 지적했다.

할렘만 해도 지난 10년 사이에 히스패닉 계 이민자들이 급증했다. 히스패닉 계는 이미 2000년 인구센서스에서 미국 전체 인구에서도 흑인들을 제치고 최대 소수인종으로 떠올랐다. 최근엔 할렘이 재개발되면서 백인 인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상인들의 구성도 다양해졌다. 1992년까지만 해도 한인 운영 가게가 할렘 중심가 업소의 절반가량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인도, 파키스탄, 도미니카공화국 등 다양한 이민자들의 가게가 한인 업소와 나란히 들어섰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의 전통적인 흑인밀집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다보니 "왜 한인이 흑인 동네에서 돈을 다 벌어 가느냐"고 따질 수 없게 됐다.

또 지난 10년 간 도심 재개발의 영향으로 흑인밀집 거주 지역에 패스마크 등 주요 소매점 체인이 진출해 다양한 형태의 소매업체가 공존하게 된 것도 한·흑 갈등을 감소시킨 요인이라고 민 교수는 분석했다.

뉴욕=공종식특파원 kong@donga.com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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