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카에다, 파키스탄에 기지 재건

  • 입력 2007년 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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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9·11테러’를 자행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수뇌부들이 한때 와해됐던 조직을 재건해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 지역에 새로운 기지를 구축하고 테러범들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국의 정보 및 대테러 담당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이들 관리는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2인자인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9·11테러 이후 파키스탄의 산악 지대인 북부 와지리스탄에 꾸준히 활동 거점을 구축해 왔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또 이곳에서 새로운 알 카에다 기지 여러 곳을 확인했으며, 이 중 한 곳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 세계를 공격하는 요원들을 훈련하는 기지로 추정된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 기지는 알 카에다와 연계된 아랍 국가나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출신 테러 집단이 운영하며 알 자와히리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명령 체계하에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기지들은 규모와 조직력 면에서는 탈레반 정권 시절 아프간에 구축됐던 알 카에다 기지에는 못 미치지만 기지당 10∼20명이 훈련을 받고 있으며 점차 정교한 조직으로 커 가고 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특히 이들은 파키스탄계 영국인들이 영국 여권으로 이곳 캠프에 자주 방문하는 사실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지속적인 소탕 작전에도 불구하고 알 카에다 조직이 재건 강화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또 다른 변화는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의 성명서 발표가 잦아졌다는 점이다. 이들은 2005년 단 두 차례 성명서를 발표했으나 지난해는 21회로 늘었다.

북부 와지리스탄이 지난해부터 테러범들의 새로운 근거지로 부상한 이유는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이 현지 부족들과 협정을 맺어 부족들이 아프간 공격을 지원하지 않는 조건으로 파키스탄 정부군을 철수시켰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빈 라덴과 알 자와히리가 알 카에다의 작전 통제권을 잃고 숨어 지내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2005년 미국 정보 관리들은 알 카에다 수뇌부들이 조직원들과 완전히 단절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런던에서 있었던 비행기 폭파 시도를 면밀히 조사한 끝에 이들 테러범 중 일부가 파키스탄에서 훈련받는 등 알 카에다 조직과 분명한 연계가 있음이 드러났다. 2005년 7월 런던의 자살 폭탄 테러범 4명 중 2명도 테러 전 파키스탄을 다녀간 것으로 드러났으며 알 자와히리도 지난해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런던의 자살 폭탄 사건은 자신들이 벌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알 카에다 조직이 국제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우려할 만한 일이다. 파키스탄에 은신 중인 테러범들은 이라크를 오가며 미군 공격을 위한 훈련 기술을 교류하고 있다. 또 최근 알제리에서 수차례 차량 폭탄 테러를 일으킨 테러단체 살라피스트는 지난해 자기 조직을 ‘이슬람 마그레브(북아프리카 서북부 지방)의 알 카에다’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조지타운대의 테러리즘 전문가 브루스 호프먼 교수는 “알 카에다 수뇌부가 전 세계를 상대로 공격을 계획한 뒤 조직원들에게 계획대로 테러를 감행하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알 카에다는 빈 라덴이 계획했던 그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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