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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9일 20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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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방문이 처음인 한국인들은 요즘도 이렇게 묻곤 한다. 그러나 며칠 파리에서 지내고 나면 꼭 하는 말이 있다. "시내에서 어디를 가든 영어가 통해서 놀랐다"는 것.
자국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센 프랑스인들이 국제화 바람을 타고 밀려오는 영어의 공세를 더 이상 막아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미 영화와 음악은 영어권 작품들이 대세를 이룬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영어로 된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게 일반화되고 있다.
프랑스어를 보호하기 위해 영어 노래 방송 비율을 제한하는 법까지 두고 있지만 영어는 이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프랑스 사회를 파고들고 있다.
최근에는 일터에서까지 영어 사용이 확산되고 있어 저항이 커져간다고 BBC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노조들이 '영어와의 투쟁'을 선포할 정도로 반발이 생겼다는 것.
노조 대표들은 이날 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프랑스 회사의 7%가 이미 제 1언어로 영어를 쓰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밝혔다. 특히 다국적 기업들은 프랑스인 근로자들이 영어를 이해하는지 확인도 않은 채 영어로 E메일을 보내는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프랑스와 미국의 합병 기업이 된 통신회사의 미국인 최고경영자(CEO)가 프랑스로 부임하기 전 직원들에게 "프랑스어를 배울 계획이 없다"고 통보한 사실이 소개되기도 했다. 프랑스인 직원들은 이 상사와는 무조건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국 노조인 CFTC의 장 루 퀴지니예 씨는 "일터에서 영어만을 사용하면 안전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이 지시를 이해하지 못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 그는 또 "영어를 못하는 근로자들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날까봐 영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숨기는 부작용까지 생긴다"고 주장했다.
하원의원인 자크 미야르 씨도 노조 편에 서서 '영어와의 투쟁'에 동참했다. 미야르 의원은 "프랑스에서 사업을 하면서 자신들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기업들의 실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인터넷 기업의 CEO인 피에르 코시위스코 모리제 씨는 "영어는 이미 국제적 언어가 됐으며 영어의 침투에 대응하는 것은 이미 늦었다"고 지적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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