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담에서 위안 얻나, 교훈 찾나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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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수렁에 빠진 이라크 상황과 비교해 많이 언급되는 것이 베트남전쟁이다. 하지만 요즘 백악관과 국방부가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역사는 베트남전쟁이 아니라 ‘알제리 독립전쟁’(1954∼1962)이다.

조지 W 부시(사진) 미 대통령이 최근 ‘야만적인 평화의 전쟁(A Savage War of Peace)’이란 책을 탐독하며 참모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영국의 역사가 앨리스테어 혼이 1977년 발간한 이 책은 프랑스 식민통치 시절 프랑스군이 ‘테러’를 저항수단으로 동원한 알제리 독립운동 세력에 어떻게 패했는지를 다룬 역사책.

한편 국방부는 이탈리아 감독 길로 폰테코보가 1966년 만든 영화 ‘알제리 전투(The Battle of Algiers)’를 지휘관들에게 반드시 보라고 권하면서 연구해 왔다.

▽‘패배의 역사에서 반면교사를’=역사책을 좋아하기로 소문난 부시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하기 전에 애독한 책은 ‘최고 사령부(Supreme command)’였다. 링컨, 처칠 등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들을 통해 전시(戰時)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과 ‘고독한 결단’을 다룬 엘리엇 코언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저작이다.

그런데 그 ‘고독한 결단’의 결과로 수렁과 같은 이라크 상황에 직면한 부시 대통령이 프랑스가 경험한 실패의 역사에서 반면교사를 찾으려 하는 것. 그러나 그는 “프랑스가 당시 실패한 이유는 관료주의의 병폐 때문이며 이라크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뉴스위크를 비롯한 미국 언론은 전했다.

▽알제리와 이라크=130년간 알제리를 식민통치했던 프랑스와 미군의 이라크 주둔 목적, 저항세력의 정당성은 비교대상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책의 저자인 혼 씨는 최근 르몽드와 가진 회견에서 알제리 독립전쟁의 몇 가지 특징을 예시하면서 미국이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첫째, 알제리 민족해방전선(NLF)은 알제리인 지역경찰과 관리들에 대한 ‘테러’에 집중했고 그 결과 프랑스군은 반군 토벌보다는 알제리 협력자 보호에 급급했다.

둘째, 모로코와 튀니지 국경을 통해 다량의 무기가 NLF로 쉽게 흘러들었다. 당시 프랑스군이 자행한 잔혹한 고문은 민심 이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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