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거울’ 앞에 선 중국…세계를 보는 4가지 착시현상

중국인들은 세계를 왜곡된 이미지로 인식하는 경향이 크다고 중국 시사주간지가 지적했다. 중국 지난 시의 과학기술박물관에서 한 어린이가 ‘다면경 방’에 들어가 신기해하는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일제(日製) 자동차 절대 안 사기 등 한국인의 애국심을 좀 봐라. 그에 비해 우린….”

중국인끼리 곧잘 하는 얘기지만 이는 진실과 거리가 있는 말로 세계를 오독(誤讀)하는 중국인의 대표적인 ‘일그러진 거울’ 중 하나라고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시사주간 궈지셴취(國際先驅)도보가 2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인이 세계를 잘못 이해하는 원인을 사실을 제멋대로 해석해 인식하는 만화경, 특수 사실을 일반화하는 확대경, 서양의 시각을 좇는 서양경, 자신의 환상을 현실로 믿는 근시경 등 4가지 형태의 ‘일그러진 거울’에 빗대어 설명했다.

사물의 형상이 일그러져 보이는 만화경 때문에 중국인이 갖게 된 대표적인 잘못은 한국에 대한 인식이다.

중국인은 한국이 열정적인 ‘금 모으기’로 외환위기를 극복했다고 믿지만 한국인은 대부분 한국의 좋은 기업을 외국에 팔아서 외환위기를 극복한 것이라며 이를 부인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대농, 쌍용 등의 기업을 외국에 팔았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중국인은 또 한국은 일제차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애국심 때문에 사지 않는다고 믿지만 사실은 한국 자동차의 성능과 애프터서비스가 좋아서이지 애국심 때문이 아니라는 것.

이 신문은 만약 이것이 모두 애국심 때문이라면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67.8%가 다시 태어난다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답변한 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많은 중국인은 한국인 기업주가 중국인 노무자의 임금을 떼먹었다며 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떼인 임금을 찾아주기 위해 자기 돈을 써가며 동분서주하는 사람도 한국인이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임금을 떼먹은 사실만 가지고 이 사건을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특정 사실만 과도하게 강조해 진실을 오도하는 확대경도 잘못된 인식을 야기하는 원인 중 하나.

중국인은 중동 하면 곧바로 이라크의 폭탄 테러와 히잡을 쓴 이란 여성, 이스라엘의 탱크를 향해 돌팔매질하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를 떠올리지만 이는 단면에 불과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는 물건을 사기 위해 차에서 내릴 때 문을 잠그지 않아도 차를 도둑질해 가는 사람이 없고, 이란은 중동에서 여성의 취업률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중동국가의 범죄율은 서방보다 훨씬 낮다는 것.

세계의 보도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과 영국 등 서방국가 매체의 일방적인 보도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서양경도 잘못된 인식을 야기하는 원인이다.

중국과 인도는 갈수록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양국의 경쟁과 갈등을 부추기려는 미국의 의도에 맞춘 서방언론의 보도를 중국의 매체들도 그대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방적인 바람이나 환상을 진실로 착각하는 근시경도 잘못된 인식의 원인이라며 러시아가 미래에도 중국을 위해 미국과 대항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대표적인 환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인의 세계 오독은 청나라 말기부터 시작됐을 만큼 역사가 길다”며 “이 같은 ‘일그러진 거울’을 없애야만 세계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