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취침 중 보고받아…“폭력 종식은 안 되겠지만…” 성명

  • 입력 2007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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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처형 소식을 둘러싸고 국제사회는 환영과 비난, 우려, 중립 등 저마다 다양한 견해를 표명했다. 특히 후세인의 처형이 예상 외로 사형 제도를 둘러싼 세계적인 논란을 더욱 증폭시키는 양상이다.

▽이라크, 팽팽한 긴장=후세인이 처형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31일까지 이라크에서는 산발적인 폭탄테러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본격화되지는 않았지만 후세인 지지 세력의 복수로 유혈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관측이다.

바그다드는 격렬한 찬반집회가 벌어졌던 지난해 11월 5일 1심 판결 때와 달리 24시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지지는 않았고 후세인이 속한 수니파와 시아파 간에 눈에 띄는 무력충돌도 아직은 벌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후세인의 고향 부근인 티크리트와 수니파가 모여 사는 사마라 등 일부 지역엔 소요사태를 우려해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미영, 조심스러운 환영=연말을 맞아 미국 텍사스 주 크로퍼드 목장에 머물던 조지 W 부시(사진) 대통령은 후세인 처형 당시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취침 전 이라크 정부로부터 사형 집행 통보를 받고 미리 준비해 뒀던 짤막한 성명을 집행 직후 대변인을 통해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 폭력사태를 종식시키지는 못하겠지만…”이라며 한계를 인정하는 문구도 담겨 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재무부는 후세인이 불법 석유거래로 모은 것으로 추정되는 43억 달러(약 4조 원)의 은닉 재산을 찾아 나섰다고 영국 옵서버가 지난해 12월 31일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후세인이 1990∼2003년 109억 달러를 모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영국 마거릿 베킷 외교장관은 “후세인이 이라크 법정의 심판을 받아 죗값을 치른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아랍-유럽 비난 가세=아랍 국가들은 애도에, 유럽은 사형제 반대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리비아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언했고 관공서에는 조기가 게양됐다. 팔레스타인 집권 여당인 하마스는 “후세인 처형은 정치적 암살이며 이는 전쟁포로를 보호하기로 돼 있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이 미셸 유럽연합(EU) 인도주의 지원담당 집행위원은 “야만적인 행위로는 야만과 싸울 수 없다”면서 “사형은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EU의 가치에도 위배돼 우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교황청도 “전격적인 사형 집행은 비극적인 일이며 가톨릭교회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형을 반대한다”면서 “이라크에서 보복의 악순환이 계속될 것을 우려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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