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다시 보기’…워싱턴의 3가지 기류

  • 입력 2006년 12월 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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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파 간 내전 상황으로 치닫는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과 이라크 지도자가 직접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이라크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누리 알말리키 총리는 30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만나 이라크 분할에 반대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부시 대통령은 알말리키 총리를 강력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웠다. 미군의 조기 철수 가능성도 일축했다. 하지만 알말리키 총리는 종파 분쟁 해결을 위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나 시리아의 도움을 받자고 주장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만약 미군이 철수하고 이란이 개입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뛰어들어 이라크 사태가 더 복잡해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안보 관리가 하루 전날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이라크 내 수니파를 보호하고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부시-알말리키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는 이라크의 미래가 ‘3대 변수’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많다.

▽미군 철수?=민주·공화당 출신 고위인사로 구성된 이라크스터디그룹(ISG)은 지난달 29일 ‘이라크 내 미군 15개 전투여단을 점진적으로 철수시켜라. 단, 철군 일정은 제시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권고안을 최종 확정했다. 이 보고서는 6일 공개된다.

뉴욕타임스는 30일 “보고서는 부시 대통령에게 ‘상대적으로 빠른 철군 시작’을 권고했고, 이는 2007년 철군 시작을 암묵적으로 의미한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이 철군 권고안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다.

▽부시-알말리키 정부의 갈등?=워싱턴에서는 이라크 정부에 대한 불만이 비등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알말리키 총리에게 “이라크 정부가 자체적인 치안 유지 범위를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지만 미국 행정부 내에서는 과연 그게 가능할지 의심스럽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미국은 알말리키 총리의 국정수습능력뿐 아니라 태생적 한계까지 의심하고 있다. 알말리키 총리는 의회에 30석을 갖고 있는 알사드르 정파의 도움으로 총리가 됐다. 바그다드를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는 급진적이고 반미성향이 강한 그룹이다.

이번 부시-알말리키 회담도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부시 대통령은 압둘라2세 요르단 국왕과 함께 3자 회담을 원했으나 이라크의 거부로 무산됐다.

▽주변국의 역할=부시 행정부는 ‘테러 지원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이란과 시리아는 배척하면서도 요즘 들어 부쩍 ‘주변국의 공동노력’을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나 홀로 전쟁을 시작했고, 나 홀로 재건프로그램을 가동해 온 미국의 정치적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딕 체니 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요르단을 방문해 ‘수니파 연대의지’를 보여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도 1일 요르단 사해의 휴양지에서 열리는 ‘중동 민주주의 및 발전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과 부통령 국무장관이 차례로 나서 중동지역을 누비며 주변국의 협조 모색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것이 미국의 현실이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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