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國 호황-민주화 시도國 불황…구소련 독립국 아이러니

  • 입력 2006년 10월 2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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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경제를 유지하는 민주주의와 고속 성장의 권위주의 체제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옛 소련에서 분리된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 권위주의 또는 독재국가라는 악명을 얻고 있는 나라는 고속 성장의 길로 들어섰다. 반면 장미, 오렌지, 레몬혁명 등 민주화 운동이 일어난 국가는 혁명 이후 경제가 저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만 좋으면 독재라도 OK?=CIS 국가의 ‘맏형’ 격인 러시아는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연간 6∼7% 경제성장을 지속해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을 제쳐 내년에는 세계 10위에 오를 것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전망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선출직 주지사를 임명직으로 바꿨고 대부분의 방송사를 통제 밑에 두었다. 의회는 제도적으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었고, 사법부도 대통령의 특권이나 권력 남용을 견제하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러시아에서는 언론인 13명이 청부 살해됐지만 사망 경위는 한 건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푸틴 대통령의 지지도는 줄곧 70% 이상 유지되고 있다.

세계에서 악명 높은 독재국가로 꼽히는 벨로루시를 겨냥해 유엔 인권위원회는 2004년과 지난해 인권 존중을 촉구하는 결의를 연속 채택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올해 3선 연임에 성공했다. 10년 전 2%대이던 GDP 성장률은 올해 7%로 올라갈 전망.

시민혁명을 거치지 않은 카자흐스탄은 CIS 국가 중에서 외국인 투자 1위, 경제성장률 1위를 자랑한다.

▽이름만 찬란한 혁명=2004년 오렌지혁명을 겪은 우크라이나는 최근까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명이 일어나던 해에 12.1%까지 올라간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6%로 주저앉았다.

2003년 장미혁명을 거친 그루지야도 경제가 불안하다. 혁명이 일어난 해의 경제성장률은 11.1%였으나 2004년부터는 5∼9%대에서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해 레몬혁명을 거친 키르기스스탄은 1인당 국민 소득이 507달러로 CIS 최빈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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