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잉꼬부부 오늘은 정적으로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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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에 반해서 결혼했지만 갈등 끝에 결국 목숨을 건 ‘전투’까지 벌이는 부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미의 전쟁’.

현재 이혼소송 중인 브라질의 유명 정치인 발데마르 코스타 네투(57) 자유당수와 부인 마리아 크리스티나 멘지스 칼데이라(40) 씨의 갈등도 이에 못잖다. 두 사람은 다음 달 1일 예정된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각기 자유당과 녹색당 후보로 나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정치명문가 출신인 코스타 당수와 부동산 재벌의 딸인 칼데이라 씨는 2003년 마지막 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반년이 조금 지난 2004년 7월 코스타 당수는 갈등 끝에 집의 수도와 전기를 끊어가면서 칼데이라 씨를 쫓아냈다.

‘이를 악문’ 칼데이라 씨는 지난해 ‘통쾌한’ 복수를 했다. 코스타 당수가 수뢰 의혹을 받자 청문회에 나가 “남편이 비밀금고에 거액의 현금을 보관하는 것을 봤다”고 증언해 결국 의원직을 물러나게 만들었다.

코스타 당수가 재기를 노리고 이번 총선에 나오자 칼데이라 씨도 출마해 결국 ‘장미의 전쟁’ 3회전을 벌이게 된 것. 선거전은 전투처럼 치열하다.

칼데이라 씨는 남편의 사무실 앞에서 빗자루를 들고 “쓸어버리겠다”고 외치다가 남편의 선거 운동원에게 구두로 두드려 맞고 양측이 패싸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복수의 칼을 가는 칼데이라 씨지만 남편이 14년 동안이나 다져온 지역구에서 이기기는 역부족이라는 평. 하지만 지역구에서 패하더라도 녹색당 비례대표로 의회에 진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만일 그렇게 되면 의회에서 4차전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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