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우파연합 12년만에 정권탈환…유럽 우향우 가속화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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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총선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됐다. 미국도 아닌 유럽 국가에서 치러진 선거가 이렇게 관심을 모은 예는 흔치 않다. 그만큼 이번 선거는 단순히 스웨덴 정권의 향배를 결정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특히 유럽 좌파의 관심은 지대했다. 우파 정권이 잇따라 득세하는 상황에서 스웨덴은 좌파의 상징이자 굳건한 보루로 꼽혀 왔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의 비효율성을 비난하는 유럽 우파 정치인들도 ‘사회주의적 복지 모델’과 ‘시장경제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스웨덴에 대해선 말을 아껴 왔다.

그런 스웨덴 좌파가 무너졌다. 이는 ‘스웨덴식 복지 모델’의 결함이 노출됐음을 뜻하는 것이며, 나아가 유럽 좌파의 구심점이 흔들리는 사태까지 예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잠시 주춤했던 유럽의 ‘우향우’ 현상은 다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유럽 우향우 바람은 계속=1999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스페인,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에서 좌파가 정권을 잡고 있었다.

2000년 이후 ‘우향우’ 바람이 몰려 왔다. 2004년 말까지 치러진 8개국 총선에서 좌파 정권이 모조리 패했다. 좌파 정부들이 지지를 잃은 것은 비효율성과 실정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다. 이후 지난해부터 스페인, 노르웨이,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 각각 좌파 정당이 정권을 되찾았지만 아직 지난 시대의 실정을 극복할 뚜렷한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게다가 ‘스칸디나비아 복지 모델’을 제시해 온 스웨덴의 좌파 정권이 무너지면서 좌파 통치가 이어지고 있는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로 EU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시장경제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면서 사회주의적 전통을 버리고 우경화의 길을 걷고 있다.

스웨덴의 새 총리가 될 프레드리크 레인펠트 보수당 당수는 1993년에 펴낸 저서 ‘자고 있는 국가’라는 책에서 일찌감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 체제를 비판하고 경제를 친기업적인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가 기존 복지 체제에 안주해 온 스웨덴 사회를 완전히 바꿔 놓기는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그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보수당 당수로 이어지는 ‘신중도우파 라인’에 합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좌파의 보루’ 무너지다=스웨덴은 유럽 좌파 정치인들이 즐겨 방문해 온 곳이다. 높은 세금과 복지 혜택을 유지하면서도 고성장을 계속하는 비결을 배우기 위해서다. 반면 자유시장주의자들은 스웨덴이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보다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는 원인을 찾지 못해 한동안 머리를 싸매기도 했다. 일부 학자들은 “단물을 다 빨아먹고 나면 지금 누리는 혜택에 한계가 올 것이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그 한계는 빨리 나타날 것”이라는 경고만 던져 왔을 뿐이다.

최근 스웨덴에서는 높은 실업률, 공공부문의 비효율성 등 사회 전반의 경쟁력에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총선 결과는 위기감을 느낀 유권자들이 미리 ‘경고 사인’에 본능적으로 반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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