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윌리엄 파프]중동사태 무력 해결은 헛된 꿈

  • 입력 2006년 8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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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창피를 당한 것이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배경은 동일하다. 그런데도 무력으로 중동 정세에 대처한다는 똑같은 환상이 미국 또는 미국-이스라엘이 함께 이란을 공격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더 치명적인 결과를 예고하는데도 말이다.

되풀이되는 실수는 전문적 지식이 반영된 이해 또는 편견의 결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공중 폭격만으로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군 장성들의 공언처럼 이런 전문적인 편견은 이미 도를 지나쳤다.

양국 정부는 군사력에 의지하는 태도를 쉽게 버리지 못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그랬듯이 심지어 그 결과가 재난에 가까울 정도로 부정적일 때도 그렇다. 이스라엘의 단 할루츠 장군은 미국 동료들에게 이란 공격에서 배울 유용한 교훈이 많을 것이라며 금방 끝날 ‘값싼 전쟁(cheap war)’을 약속했다.

공중 전력의 우세는 이탈리아 공군 이론가였던 줄리오 두에이 장군이 ‘제공권’이라는 책을 쓴 1921년 이래 변함없이 유지된 전술이다. 사실과는 동떨어진 것이지만 말이다.

핵폭탄은 이런 공중 전력의 우세를 약속하는 듯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이 전투를 멈추게 했지만 그 뒤로는 어느 정부도 핵폭탄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시설이나 연구 단지를 폭격하는 특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전쟁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들이 미 국방부에서 나오고 있다.

이라크, 가자지구, 레바논에서 나타난 기형적인 군사·정치적 사고방식은 더욱 위험하다. 국제 관계와 군사력 사용에 이은 단순한 전망을 토대로 한 이념적인 사고방식은 어떤 행동이 다른 결과로 쉽게 이어진다는 소설 같은 추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은 테러국들이 전제정치에서 벗어나면 새로운 민주 정권을 구성할 것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앞머리만 기대를 충족시켰을 뿐이다. 이라크는 이제 이웃을 위협하는 테러의 중심국이다. 사회는 갈가리 찢어졌고 사회기반시설은 파괴됐으며 수만 명이 희생됐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민주선거에 참여하라는 말을 듣고 무장단체 하마스 소속 후보에게 투표해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를 구성했다. 이스라엘과 미국, 유럽연합(EU)은 즉각 팔레스타인을 응징하기 위해 자산을 동결하고 항구를 봉쇄했다. 이스라엘과 동맹국들은 아직도 팔레스타인 테러범과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레바논을 공습한 이스라엘의 기획자들은 레바논의 기반시설과 집을 파괴해 수십만 명을 난민으로 만들려고 했다. 난민들이 전쟁의 원인인 헤즈볼라를 비난하고, 결국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공격 중단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했던 것이다.

시모어 허시와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와 미 공군은 신보수주의 세력(네오콘)이 추진하는 이란 공격의 사전 시험 차원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 계획에 협력했다고 한다.

기대감에서 그러는 것인지, 환각에 휩싸여서인지는 모르지만 이는 새로운 ‘충격과 공포’로 예견된다. 이란 핵시설과 민간 사회기반시설을 파괴하면 폭격 36시간 이후에 살아남은 이란인들은 어떤 태도를 보일까.

과연 이란인들은 이슬람 신학자들에게 죄가 있다고 비난하게 될까. 그래서 이들 세력을 전복하고 세속적인 정부를 세우겠다고 나설까. 그리곤 서방을 가까이하고 서양의 가치를 배워야겠다고 말할 수 있을까.

윌리엄 파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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