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 DJ 납치사건 개입 공식 인정" 아사히신문 보도

  • 입력 2006년 7월 26일 11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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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일본 도쿄(東京)에서 일어난 '김대중(金大中·DJ) 납치사건'은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조직범행으로 공식 결론지어졌다고 일본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26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과거사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정리했다.

한국 정부가 DJ 납치사건 관여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국정원이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마이니치신문은 외교통상부가 과거사위에 신중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어 발표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사건 관계자 50여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담은 과거사위의 조사보고서는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직접 범행을 지시하고 20여명이 역할을 분담해 실행했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이런 사실을 여러 명의 당시 중앙정보부 요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했다.

납치 현장에서 지문이 발견됐던 당시 주일한국대사관의 김동운 서기관은 과거사위에 범행가담 사실을 시인했다.

보고서는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직접 지시 여부에 대해 "부정할 근거는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이 전 중정부장이 고령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조사 받기를 거부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는 최종 확인되지 않았으며 관련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적어도 납치 후의 경과는 파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살해 의도에 대해서는 증언이 엇갈렸다. 일부는 "납치한 호텔에서 죽이려 했다"고 말했으나 이를 부인하는 진술도 나왔다.

보고서는 납치 과정에서 DJ를 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지시 내용에 '살해'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한국 정부는 사건에 간여한 전 중앙정보부 요원들을 처벌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DJ에 대한 정부 차원의 사과는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시 일본 정부는 이 사건이 일어나자 겉으로는 '주권침해 사건'이라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한국 정부와의 비밀협상을 통해 정치적으로 타결지었다.

일본 경시청 공안부에는 아직 DJ 납치사건 수사본부가 남아있으나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편 과거사위 오충일(6월 사랑방 대표) 위원장은 "아직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고 최종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도 "현재까지도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최종결론을 냈다는 아사히신문의 보도를 부인했다.

과거사위는 이르면 다음주 중 그동안 조사를 벌여 온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 사건과 1987년 KAL기 폭파사건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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