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처녀자살 강요’ 파문…가족이 자살 종용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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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17세 소녀 데리야 양은 최근 삼촌에게서 ‘가족의 명예에 먹칠한 죄를 죽음으로 씻으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같은 학교 남학생과 사랑에 빠졌다는 이유였다.

삼촌과 남자형제들이 보내는 자살 종용 메시지는 하루 최대 15건에 이르렀다. 시달리다 못한 그녀는 강물에 뛰어들거나 목을 매달거나 손목을 그어보기도 했지만 죽지 못했다. 데리야 양은 현재 집을 나와 한 여성보호소에서 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처녀 자살’ 혹은 ‘명예 자살’은 보수적인 부족사회에 갇혀 살던 이슬람 여성들이 서구 문화를 접하면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12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그 실태를 다루면서 “처녀 자살이 터키의 유럽연합(EU) 가입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까지 지적했다.

터키의 이슬람 여성들은 남성에게 눈길을 보내는 행위나 짧은 치마, 청바지를 입는 것만으로도 자살을 강요당하고 있다.

과거 이런 여성은 18세 이하의 남자형제에 의해 ‘처형’당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터키 정부가 이를 살인 혐의로 처벌하자 여성들에게 자살을 택하라는 압력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 압력은 여성을 방에 가두고 쥐약이나 권총, 밧줄을 방 안에 넣어 주는 식으로 표현된다.

유엔은 매년 중동 등지에서 5000여 명의 여성이 명예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고 추산했다. 유엔은 지난달 중동지역에 특사를 보내 이 문제를 집중 조사 중이다. EU도 터키에 “여성인권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EU 가입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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