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MBA 코스 마치면 과연 돈 많이 버나

  • 입력 2006년 6월 12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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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와 같이 좋은 학교의 MBA(경영대학원 석사) 코스를 마친 사람은 과연 회사 경영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버는 것일까. 뉴욕타임스는 11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몬트리올 맥길대의 헨리 민츠버그 경영학 교수는 1990년에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19명의 '졸업 후 행로'를 추적 조사한 바 있다. 이중 10명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4명이 보여준 실적은 의문스러운 것이었고, 단지 5명만 시쳇말로 잘 나가고 있었다.

민츠버그 교수는 "기업에서는 현장 경험이 중요한 것이지 번쩍거리는 학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MBA 과정은 (경영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을 잘못된 방식으로 훈련시켜 잘못된 결과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교 교실에서는 성공적인 경영자를 만들 수 없는 것인데 MBA 과정은 마치 그럴 수 있는 것처럼 가정한다는 뜻이다.

미국 뉴욕 페이스대 루빈경영대학원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482개 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중 162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만이 MBA 학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좋은 학교 경영대학원 출신의 MBA가 그보다 못한 학교 경영대학원 출신의 MBA보다 더 나은 실적을 올리고 있지도 못했다.

조사를 담당한 애런 코츠맨 조교수는 "이런 결과가 나타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며 "좋은 학교 경영대학원의 MBA가 아닐수록 성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조사 결과도 있다. 시사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톱 30위'에 꼽은 경영대학원의 MBA 출신 펀드매니저는 그렇지 않은 펀드매니저보다 좋은 실적을 올렸다. 코츠맨 조교수는 "좋은 학교가 좋은 기술을 가르쳤거나, 아니면 좋은 학교에 들어간 학생들의 IQ가 높거나 그 둘 중 하나가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MBA 학위의 인기는 지난 30여 년간 계속 높아져왔다. 1970년 미국의 경영대학원은 2만6490명의 MBA를 배출했다. 그런데 2004년 현재 그 수는 13만9347명으로 증가했다.

또 MBA 소지자는 자기 학위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 전 세계MBA 소지자 조사'에 따르면 MBA 과정에 들인 학비보다 교육의 질이 월등히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3%, 대체로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9%에 이르렀다.

지난해 매릴랜드대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인사관리자는 좋은 경영대학원을 나온 학생에게 그렇지 않은 학교를 나온 학생보다 높은 연봉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맡았던 바이올리나 린도파 교수(경영학)는 "제3자의 눈에는 학교의 지명도가 보증이 된다"고 말했다.

다트너 컨설팅의 창립자 벤 다트너 씨는 "아이비리그(하버드대를 포함한 미국 북동부의 명문 8개 대학) 경영대학원의 진정한 가치는 교육 그 자체가 아니라 뛰어난 학생들이 들어온다는 것과 그 학교가 이룬 과거의 성과"라며 "학부와 마찬가지로 대학원에서도 탑 클래스의 학교에 들어간다면 그 만큼 더 큰 신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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