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연금받는 나이 높이기로…남녀 모두 68세까지 단계추진

  • 입력 2006년 5월 27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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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는 25일 국가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를 68세로 올리고, 수령액을 물가가 아닌 소득에 연동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연금제도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번 연금 개혁안은 최근 60년간 가장 파격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연금 재정이 파탄 위기에 처한 현실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조치. 영국이 앞장서 연금 개혁안을 마련함에 따라 사정이 비슷한 유럽의 다른 국가들도 연금 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가 백서 형태로 의회에 제출한 개혁안 가운데 눈에 띄는 부분은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겠다는 것. 수령 연령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2024년부터는 66세, 2034년에는 67세, 2044년에는 68세로 높일 예정이다. 현재는 남자 65세, 여자 60세다.

연금 수령 나이를 높인다는 얘기는 근로자의 정년퇴직 시기를 늦춘다는 의미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은 ‘빨리 은퇴해서 연금으로 편한 노후를 즐기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번 개혁안이 파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런 정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또 연금 지급액을 물가가 아닌 소득에 연동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물가에 비해 소득이 빠른 속도로 올라 연금 수령자들은 “근로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난하다”고 불평해 왔다. 즉 은퇴 연령을 늦춰 더 많이 일하게 되는 데 대한 보상으로 더 많은 연금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이런 개혁에도 불구하고 국가연금 재정이 크게 좋아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국가연금과 별도로 전국연금저축제도(NPSS)를 2012년부터 새로 도입할 예정이다. NPSS는 근로자가 급여의 4%를, 고용주는 3%, 정부는 세금공제 형태로 1%를 분담하도록 설정됐다. 현재는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이와 유사한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개혁안은 현재 47세 이상인 근로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번 개혁안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지금껏 어떤 나라도 하지 못했던 일을 이루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개혁안에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연금 수령액을 소득에 연동시키겠다는 계획이 예정대로 실시될지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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