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연단체 “뭉쳐야 산다”…불황탈출 위해 합병 급증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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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샌디에이고에는 발레단이 9개나 있다. 시카고에서는 최소 4개의 오페라단이 경쟁한다. 버지니아 주 북부에서는 반경 16km에 교향악단이 3개가 있다.

과연 한 도시에는 얼마나 많은 교향악단과 오페라단, 무용단이 필요한 것일까.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자에서 “하나 또는 ‘반 개’가 답이 되는 시대”라면서 “미국 문화예술계에 합병바람이 거세다”고 보도했다.

발레단, 오페라단, 교향악단이 근래 관객이 줄고 적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몇 달 사이 적어도 10여 개의 단체가 합병하거나 협력 관계를 맺었다는 것.

클리블랜드의 오페라하우스 두 곳이 하나로 합쳐졌고 필라델피아에서는 교향악단과 팝스오케스트라가 함께 일하고 있다. 뉴멕시코 주 샌타페이와 콜로라도 주 애스펀은 482km나 떨어져 있지만 공동으로 하나의 무용단을 갖고 있다.

이는 장기 침체에 시달리는 예술계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것.

미국에서는 교향악단의 공연 관객이 2000년에서 2004년 사이에 13%나 줄어들었고 9개 오케스트라가 문을 닫았다. 새로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레이저 쇼부터 영화음악 공연까지 다채로운 시도를 해 보고 있지만 살아남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합병이 늘 완벽한 하모니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두 단체 간 상이한 시스템으로 인한 충돌과 같은 합병에 뒤따르는 전형적인 문제와 두 단체가 명성의 차이가 있을 경우 단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이들 단체를 비즈니스로서가 아니라 무형의 자산으로 보는 팬들의 반발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합병의 ‘배후’에는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한 이들 단체의 이사회와 예술 분야 합병을 주도하는 소수의 전문 컨설턴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 단체 간 합병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것이 아니라 두 단체 간 예술적 감성, 창조성의 간극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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