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의 힘? …시라크대통령 고용계약법 폐기 시사

  • 입력 2006년 4월 10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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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그동안 대규모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켰던 최초고용계약(CPE) 법을 불우한 처지의 젊은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내용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26세 이하 취업자를 최초 고용한 지 2년 이내에는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해고할 수 있게 규정한 CPE 법을 사실상 폐기한다는 뜻이다.

시라크 대통령은 이날 오전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만나 CPE 법으로 인한 사태 수습책을 논의한 뒤 총리의 제안에 따라 고용법의 주요 조항을 대체키로 결정했다는 성명을 냈다. 이어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직접 구체적인 수습책을 발표했다.

학생과 노동계 대표들은 이날 오후 정부 발표를 본 뒤 모여서 향후 행동을 논의한다.

프랑스 정부와 여당은 대통령의 지시로 사태 수습책을 마련해왔으며 CPE 법을 사실상 폐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드 빌팽 총리가 최근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프랑스 정부, 위기감에 결국 손들다

프랑스 정부가 10일 최초고용계약(CPE) 법을 폐기하고 대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다. CPE 법을 둘러싼 혼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프랑스 경제 사회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결국 정부가 손을 든 것이다.

최초 고용 후 2년 동안은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내용의 CPE 법은 학생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고, 프랑스 전역이 2개월여간 대규모 시위로 극심한 몸살을 앓아왔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0일 오전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집권 대중운동연합(UMP) 총재, 상하원 지도자들을 만난 뒤 CPE 법의 사실상 폐기를 확정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성명에서 총리의 제안에 따라 대체입법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CPE 법을 대체하는 새 조치에 대해서는 드 빌팽 총리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발표했다.

CPE 법 입안자인 드 빌팽 총리가 '결자해지' 차원에서 끝까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정치적 입지도 살려주려는 배려로 보인다. 하지만 CPE 법을 강력하게 추진해온 드 빌팽 총리가 입게 된 정치적 타격은 쉽게 만회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외신들은 이미 지난 주말부터 CPE 법이 폐기될 것으로 예상했다. AFP통신은 9일 CPE 법 폐기가 거의 확실하며 시라크 대통령과 드 빌팽 총리는 체면을 지키며 사태를 수습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시라크 대통령이 노동계를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고용계약으로 CPE 법을 대체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이는 드 빌팽 총리의 CPE 법을 사실상 매장하는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시라크 대통령은 지난달 말 CPE 법을 공포한 직후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시행을 유보하고 일부 내용을 고치자는 타협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학생과 노동계는 타협을 거부하고 CPE 법 철폐 시한을 17일로 정해 정부에 압력을 가했다.

정부의 후퇴에 대해 학생과 노동계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나 일단 CPE 법의 사실상 폐기는 환영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르 파리지앵에 보도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85%가 이번 사태로 시라크 대통령과 드 빌팽 총리의 입지가 약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CPE 법 제정을 주도한 드 빌팽 총리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았다. 반면 사르코지 UMP 총재의 입지가 강화됐다는 응답자가 절반 이상이었다. 사르코지 총재는 이미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 주자 중 선두를 지켜왔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

<프랑스 새 노동법 관련 사태 일지>

▽2006년 1월 16일=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 최초고용계약(CPE) 입법 계획 발표

▽2월 7일=20만~40만 명 전국 시위

▽2월 9일=총리 직권으로 토론, 표결 없이 하원 통과 처리

▽3월 1일=상원, 승인. 이에 항의해 13개 대학 휴업 돌입

▽3월 7일=40만~100만 명 전국 시위

▽3월 14일=사회당, 헌법위원회에 고용법 합헌 여부 제소

▽3월 16, 18, 23일=최대 150만명 참가한 시위 발생

▽3월 27일=드 빌팽 총리, 학생·노조 단체에 보완 논의 제의. 거부당함

▽3월 28일=전국 파업. 100만 명 이상 시위

▽3월 30일=헌법위, 고용법 합헌 판결

▽4월 4일=학생 노동계, 수백만 명 대규모 시위

▽4월 10일=총리, 대국민 발표 통해 수습책 발표

<스 사태 일지기자>사태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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