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기밀유출 승인했다”

  • 입력 2006년 4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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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 관련 기밀정보의 언론 공개를 사전에 승인했다는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비서실장의 연방대배심 증언이 6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리크 게이트로 기소된 리비 전 실장은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한 미 중앙정보국(CIA)의 ‘국가정보평가(NIE)’ 내용을 언론에 흘리도록 딕 체니 부통령을 통해 승인받았다”고 증언했다. 증언 내용은 검찰이 연방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확인됐다.

리비 전 실장은 이 같은 사전 승인에 따라 2003년 7월 8일 주디스 밀러 당시 뉴욕타임스 기자와 만났지만 부시 대통령이나 체니 부통령이 CIA 비밀요원 발레리 플레임 씨의 신원을 공개하도록 허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배심은 플레임 씨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리비 전 실장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기소해 놓았다.

그는 “부시 대통령이 기밀정보 공개를 사전 승인한 것은 이라크전쟁 결정을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으며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고 증언했다.

또 그는 처음에는 NIE 내용에 대해 밀러 기자와 대화하는 것을 반대했지만 체니 부통령이 “부시 대통령이 승인했다”며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부시 대통령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국가 기밀정보를 언론에 흘리도록 했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안보를 맡길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밀 정보를 폭로하고 미국의 안보보다 정파적 이익을 앞세웠다는 사실은 그가 미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지 더는 믿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언론들은 부시 대통령의 기밀 해제 권한을 인정하면서도 불리한 기밀이 언론에 공개될 때마다 누설자를 처벌하도록 지시해 온 이중적인 처신을 비판했다.

일부에서는 국가정보국(NSA)의 국내 도청 사건으로 거론됐던 부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론이 이번 국가기밀 누설 승인을 계기로 다시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파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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