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홀로 방문 미 고교생 귀국

  • 입력 2006년 1월 2일 17시 46분


이라크인의 삶을 몸소 체험해 보겠다며 부모 몰래 홀로 여행길에 올랐던 미 고교생이 3주 간의 여행을 마치고 1일 저녁 부모의 품에 안겼다.

지난달 30일 바그다드를 출발해 쿠웨이트와 유럽을 거쳐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한 파리스 하산(16) 군은 가족과 친지들의 환영 속에 밝게 미소를 지었다. 공항에서 그는 "얼마나 기쁜 여행이었는지 말해 주고 싶다"며 "오늘밤엔 푹 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산 군이 이라크 행을 결심한 것은 다음 학기 언론학 강의 숙제 때문. 평범한 이라크인들이 겪는 고통을 직접 체험해 보고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여권과 현금 1800달러를 들고 부모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지난달 11일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 쿠웨이트에서 택시를 타고 바그다드로 들어가 이라크 총선을 지켜보려 했으나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는 바람에 실패했다. 레바논에 있는 친지의 집에 머무르다 성탄절 날 기어이 비행기 편으로 바그다드에 들어가는데 성공했다.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2003년 이라크 전 발발 이후 이라크에서 납치된 미국인은 40여 명. 그 중 1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의 부모가 이라크 태생이긴 하지만 무슬림도 아니고 아랍어도 모르는 전형적인 미국 소년일 뿐이었다.

그의 엉뚱한 중동 여행기는 지난달 30일 AP통신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는 여행기에서 "최악의 장소를 방문한 뒤 집에 돌아가면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라고 털어놨다.

김재영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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